[격동의 홍콩] ③혼란 장기화에 금융중심 위상까지 '흔들'

입력 2019-11-17 10:00  

[격동의 홍콩] ③혼란 장기화에 금융중심 위상까지 '흔들'
관광·소매·요식업 직접 타격 속 10년 만에 불황 빠져
"글로벌 투자기관 이탈 가능성"…개발계획 '홍콩 소외' 관측도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한 일본의 대형 증권사는 최근 홍콩 도심 애드미럴티에서 대규모 투자 콘퍼런스를 열었다가 낭패를 봤다.
극심해진 시위로 도시 곳곳이 마치 전쟁터처럼 변한 가운데 도시 교통까지 마비되자 예정됐던 투자자와 기업 간 미팅이 대거 취소된 것이다.
이는 장기화하는 홍콩의 정치적 갈등이 홍콩의 아시아 금융중심지 기능에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난 6월 이후 여섯 달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와 시위대의 대치가 홍콩 경제 전반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가장 먼저 가시적 타격을 받은 것은 관광업과 소매업 분야다.
매주 이어지는 도심 시위 여파로 해외 관광객과 중국 본토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어지면서 호텔, 음식점에서부터 패션 명품 매장과 소규모 가게들의 매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올해 3분기 홍콩에 온 외부 관광객 수는 37% 줄었다. 호텔 매출 역시 28% 감소했다.
폴 찬 홍콩 재무장관은 지난달 인터넷에 올린 글에서 홍콩 레스토랑 약 100개가 장기화는 시위의 여파로 문을 닫았다면서 이는 2천명가량의 고용에 영향을 끼쳤다고 밝히기도 했다.
최근 홍콩의 시위대가 쇼핑몰을 주요 집회 장소로 삼고 친중국 성향으로 간주하는 매장을 공격해 파괴하는 일이 잇따르면서 쇼핑몰과 상점들이 주말이면 문을 닫고 제대로 영업하지 못하는 날이 많다.
중국 업체인 베스트마트360과 샤오미는 물론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도 친중 성향을 보였다는 이유로 반중(反中) 시위대의 일상적인 공격 대상이 되고 있다.

경제 지표는 홍콩 경제가 이미 불황에 빠졌음을 가리키고 있다.
전분기 대비 홍콩 경제성장률은 2분기와 3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일반적으로 두 분기 이상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나타내면 불황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홍콩 경제가 불황에 빠진 것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이다.
홍콩의 경제적 위기는 기간 산업인 금융 분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홍콩 시위와 관련된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시위로 인한 긴장감이 최고조를 향해 올라간 이번 주 홍콩 항셍지수는 4% 이상 급락해 지난 8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시위 사태는 홍콩 내 증시 기업공개(IPO) 동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알리바바와 버드와이저 브루잉은 홍콩 시위 이후 대규모 상장 계획 연기한 바 있다. 이후 두 기업 모두 홍콩 증시에 상장하기로 최종 결정했지만 홍콩증권거래소는 하마터면 'IPO 대어'를 놓칠 뻔했다.
도심에서 빈번하게 경찰의 실탄 사격이 이뤄질 정도로 시위가 격해지고, 교통 등 핵심 도시 기능이 자주 마비되면서 홍콩에 거점을 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이탈 우려도 커졌다.
홍콩의 한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자금을 모아야 하는 기관들은 홍콩을 벗어나기는 어렵지만 자산 기반이 미국이나 유럽인 글로벌 자산운용 회사들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제든 싱가포르 등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 가족을 고국에 먼저 돌려보냈다.
글로벌 금융기관 관계자들이 신변 안전에 직접인 문제를 겪는 일도 잦다.
JP모건체이스 홍콩 지사에 근무하는 한 중국 본토인 직원은 지난달 회사 정문 앞에서 시위대에 둘러싸여 폭행을 당했다.
시티그룹은 최근 홍콩 지사의 한 간부 직원이 버스 정거장에서 경찰과 다툼 끝에 체포되는 일이 있자 사내에 위험한 일을 적극적으로 피하라고 안내하기도 했다.
하지만 홍콩인들에게 더욱 큰 장기적 위기는 중국 중앙정부가 선전, 마카오 등 주변 도시의 기능을 확대해 홍콩의 기존 기능을 대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홍콩과 마카오, 광둥성의 주요 연안 도시들을 한 경제권으로 묶으려는 웨강아오 대만구(大灣區·Great Bay Area) 개발을 추진 중이다.
중국 안팎에서는 장기화하는 반중 시위 여파로 홍콩이 웨강아오 대만구 개발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중국은 지난 8월 홍콩과 맞닿은 선전을 세계 선도 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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