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녹취록엔 '조사 압박성' 내용 없어…"당시 보도자료 내용과 달라" 지적도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미국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통화를 요약한 녹취록을 추가로 공개하며 반격에 나섰다.
우크라이나 스캔들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7월 25일 볼로미디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미국의 군사 원조를 고리로 민주당 유력 대선 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비리 조사를 종용했다는 의혹을 말한다.
지난 9월 내부고발자의 고발로 이 문제가 불거진 후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권력을 남용했다며 탄핵 조사에 착수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지극히 정상적인 통화라고 반박해 왔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1일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서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던 젤렌스키에게 전화를 걸어 16분가량 통화한 내용이다.
이 녹취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 과정에 트럼프 대통령을 훌륭한 본보기로 삼았다고 극찬하며 취임식에 수차례 초청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민과 음식을 사례로 들며 재차 초청하자 자신이 '미스 유니버스 대회'를 주최했을 때 우크라이나는 항상 훌륭한 사람들이 있었다고 언급하는 장면도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잘 자리를 잡고 준비가 되면 백악관에 초대하고 싶다"고 초청 의사를 밝히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흔쾌히 수락했다.
AP통신은 당시 취임식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할 계획이었지만, 실제로는 릭 페리 에너지 장관이 대표단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이 녹취록에는 7월 통화 녹취록과 달리 탄핵조사의 빌미가 된 바이든 전 부통령이나 우크라이나의 비리 조사, 미국의 군사 원조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녹취록 추가 공개를 결정한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 녹취록은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증인인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대사의 이날 증언을 앞두고 배포됐으며,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 엄호해온 데빈 누네스 공화당 하원 의원은 청문회장에서 이 녹취록을 읽는 등 여론전을 펴기도 했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은 아무 잘못된 게 없다는 것을 모든 미국인이 볼 수 있도록 두 개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는 전례 없는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녹취록은 지난 4월 두 정상이 통화한 이후 백악관이 배포한 보도자료와 내용이 다르다는 언론 지적도 나왔다.
당시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강화하고 번영을 증진하며 부패를 뿌리 뽑는 개혁을 실천하라는 기대를 강조했다"고 밝혔지만, 이번 녹취록에서는 이런 내용이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부패를 뿌리 뽑는다'는 표현은 바이든 전 부통령 조사와 연결시킬 수 있는 부분이지만, 녹취록에서는 아예 언급조차 안 돼 있어 의구심을 자아낸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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