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개정 전 행정지도부터…상품리콜제·숙려제 확산 유도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성서호 기자 = 은행에서 예·적금과 펀드 창구를 물리적으로 따로 떼놓는 등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응책들이 이르면 다음달부터 차차 시행될 전망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약 2주간 업계의 의견을 들은 뒤 법 개정 사안이 아닌 보완 조치들은 곧바로 시행한다.
당국은 자본시장법, 은행법, 보험업법 등 각 법률 시행령을 개정하기에 앞서 먼저 행정지도로 투자자 보호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우선 공모 규제 회피를 위한 '쪼개기' 판매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동일 증권의 판단 기준을 강화한다.
또 새로 도입할 고난도 금융투자상품(파생상품+원금손실 가능성 20% 이상)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증권신고서의 일괄 신고를 금지하는 등 기준도 강화한다.
이번 사태를 키운 원인 중 하나인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펀드에 대해서도 적용 기준을 최대한 폭넓게 해석해서 감독 방향을 업계와 공유할 예정이다.
내 돈을 지켜준다는 고객의 믿음이 깨진 은행은 더욱 강화한 감독을 받을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지난달에 이어 내달 중 전체 은행의 준법감시인을 대상으로 재차 워크숍을 열고 소비자 보호를 위한 내부 통제를 철저히 하도록 지도한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도입한 금융투자상품 리콜제(철회권)나 숙려제도는 다른 은행으로 확산을 유도한다.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는 고객 수익률을 반영하도록 하고, 프라이빗 뱅커(PB) 전문성을 강화한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법 개정 전에 우선 시행하려는 조치들을 대체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분위기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투자자 보호 방안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의 방향에 따라 준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KPI에 반영할 고객 수익률 관리 항목을 내년에는 더 확대할 것"이라며 "자산관리(WM) 전문역 과정을 신설해 PB들의 전문성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고난도 상품이 아니라 하더라도 원금보장형이 아닌 상품에 대해서는 판매 지점(직원)과 고객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은행 자체 지침을 마련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최대 손실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아예 판매 창구를 따로 구분해두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실제 은행 창구에 가보면 펀드 판매와 예금 거래 창구가 섞인 경우가 많다"며 "예금 잔액이 많은 고객이 가면 펀드를 권유하는 사례가 있어서 두 상품의 창구를 두드러지게 구분하게 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이런 조치들이 법 개정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강제성은 없지만, 은행권에서 협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을 개정해야겠지만, 그 전에 비판적 여론 등을 고려해서 은행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다"며 "당장 강제성은 없겠지만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그렇게 실효성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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