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평온' 시위 소강상태…대학 점거도 대부분 풀어
크로스하버 터널 여전히 봉쇄…폴리테크닉대에 '강성 시위대'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홍콩에 주둔 중인 중국 인민해방군이 홍콩 시위 발생 후 처음으로 시내 도로 청소작업에 투입됐다.
홍콩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은 16일 오후 중국군 수십명이 카오룽 지역의 주둔지에서 나와 시위대가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도로에 설치해둔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을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시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이날 곳곳에서 청소작업이 벌어졌고 도로 통행이 일부 재개됐다.
◇시진핑 '질서회복' 강조 속 청소작업 투입된 중국군
중국군이 홍콩 공공사업에 나선 것은 지난해 가을 태풍 망쿳 피해 복구에 400여명을 지원한 데 이어 1년여 만이며, 지난 6월 시위 발생 이후로는 처음이라는 게 SCMP 설명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최근 시위가 더욱 과격해지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시위대를 '폭력범죄 분자'로 규정하며 조속한 질서 회복을 강조한 가운데 나왔다.
반소매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을 한 중국군은 홍콩 침례대학 캠퍼스 인근의 렌프루 로드에서 거리에 널려있는 벽돌을 양동이에 담아 옮기는 작업을 했다.
한 군인은 SCMP 인터뷰에서 시 주석의 표현을 인용해 "폭력을 중단시키고 혼란을 제압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신들의 작업이 홍콩 정부와는 무관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소 현장에는 주민 약 20명이 먼저 나와 작업 중이었고, 이후 소방관과 경찰관들도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기본법과 주둔군 법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지역 사안에 개입해서는 안 되지만, 지역 정부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공질서 유지나 재난구조작업을 돕기 위해 동원될 수 있다.
하지만 SCMP는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후 이러한 요청은 한차례도 없었다고 언급했다.
◇일부 도로 통행 재개…폴리테크닉대에 강성 시위대
이번 주 평일 내내 대중교통 운행을 방해하는 시위인 '여명(黎明·아침) 행동'이 벌어졌던 것과 달리 이날 아침 홍콩은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였다. 시위가 소강상태를 보이는 가운데 일부 도로의 통행이 재개됐다.
전날 오전 시위대가 일부 차선의 봉쇄를 풀었다가 저녁때 다시 막아섰던 톨로 고속도로는 이날 완전히 통행을 재개했다.
톨로 고속도로 통행이 재개되기 전 정부는 타이포 지역 주민들을 위해 타이포와 우카샤를 오가는 무료 여객선을 운항했는데, 이를 타려는 주민 수백명이 긴 줄을 섰다.
하지만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잇는 크로스하버 터널 등은 여전히 폐쇄 상태이고, 일부 지역의 지하철과 열차 운행도 재개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CMP는 크로스하버 터널 입구와 가까운 홍콩 폴리테크닉대학에 여전히 100명 정도의 시위대가 캠퍼스를 지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는 임시 검문소를 만들고 오가는 사람들의 가방을 검사했다.
대학생 휴고 씨는 "터널은 홍콩의 핵심 도로"라면서 "정부에 대한 협상 카드로 주요 도로를 봉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AP 통신은 일부 강성 시위대가 폴리테크닉대를 점거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홍콩 주요대학 대부분에서 시위대가 철수했다고 전했다.
경찰과 시위대가 강하게 대치했던 곳 중 하나인 홍콩 중문대에서도 15일 밤 시위대가 점거를 풀고 철수한 바 있다.
폭푸람 지역의 홍콩대 캠퍼스는 주중에 시위대가 점거했던 것과 달리 이날 오전에는 주요 건물 출입문이 잠겨있고 학생들의 인적도 보이지 않는 조용한 상태였다고 SCMP는 전했다.
홍콩대학 부근에서도 주민과 졸업생 수백명이 도로에 설치된 장애물을 치우는 작업을 했다.
청소 작업은 대체로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전개됐다. 하지만 폭푸람 로드 인근에서는 화염병이 한차례 터졌고, 도로에 남아있던 시위대와 몇차례 긴장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홍콩 선거관리위원회 펑화(馮?)주석은 이날 홍콩 RTHK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당국은 구의원 선거를 24일 예정대로 치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폭력으로 선거를 망치지 말라"면서 "홍콩 유권자의 투표권을 폭력 등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밖에 애드미랄티 지역의 정부 청사 주변에서는 친중 단체가 경찰 지지 집회를 열기도 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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