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권에 불만' 16∼17일 200여개 크고작은 집회 잇따라
정부, 내달 연금개편반대 총파업·노란조끼 결합할라 촉각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에서 '노란 조끼' 시위 1주년을 맞아 16일(현지시간) 파리, 마르세유, 몽펠리에 등 프랑스 전역의 대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오전 수도 파리 시내에서는 일부 구간의 외곽순환도로를 점거하고 행진하려는 시위대를 경찰이 막으면서 충돌이 빚어졌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해산했다.
오후에는 파리 남서부 플라스디탈리 지구에서 일부 시위대가 은행 유리창을 부수고, 도로변에 주차된 차량과 쓰레기통에 불을 지르며 경찰과 대치했다.
지중해 연안도시 몽펠리에에서도 1천 500여명의 시위대가 도심에 모여 집회를 벌였고, 여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 국회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이 일부 시위대의 습격으로 파손됐다.
경찰은 이날 파리에서만 105명을 연행했다고 르 피가로 등 프랑스 언론이 전했다.
파리 시내의 이날 '노란 조끼' 시위 규모는 수천 명 정도였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에서는 일부 시민이 파리 최대 번화가인 샹젤리제 거리에 모여 시위하자는 제안을 올리기도 했지만, 경찰의 봉쇄로 샹젤리제 거리의 대형 집회는 성사되지 않았다.
작년 말과 올해 초 샹젤리제 거리 등 주요 장소에서 일부 급진세력이 경찰차에 불을 지르고 상점을 방화·약탈하는 등 폭력 사태로 번지자 프랑스 정부는 지난 3월 대도시의 중심가에서 이 시위를 원천적으로 불허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는 16∼17일 주말 이틀간 파리와 리옹, 마르세유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200여개의 크고 작은 시위를 연다는 계획이다.
이 시위는 프랑스 서민의 기득권 정치 엘리트와 부유층에 대한 불만이 폭발적으로 분출한 현상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정부의 유류세 인상계획에 반대하는 시위로 시작해 매주 토요일 전국의 도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졌다. 작년 11월 17일 노란 조끼의 첫 전국 시위에는 경찰 추산 30만명가량이 참여했다.
농어촌의 중산층 이하 서민이 대부분인 시위대는 유류세 인하부터 시작해 서민계층의 구매력 향상 조치와 직접 민주주의 확대 등 다양한 요구를 쏟아냈고, 일부에서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퇴진 요구도 나왔다.
집회의 명칭은 참가자들이 교통사고를 대비해 차량에 의무적으로 구비하는 노란 형광 조끼(Gilet jaune)를 입고 나와서 붙여졌다.
프랑스 정부는 노란 조끼 시위의 규모와 파급력이 예상을 넘어서자 유류세 인상 백지화, 최저임금 인상, 소득세 인하 등의 민심 수습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올여름 바캉스철을 전후로 잠잠해졌던 노란 조끼 시위의 열기는 최근 들어 정부의 연금개편 추진에 반대하는 운동과 결합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프랑스에서는 최근 리옹의 한 국립대 재학생이 생활고를 호소하며 분신하는 일이 있고 나서 전국에서 대학생 시위가 이어졌고, 공공의료 종사자도 국공립병원의 인력과 병상 확충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조직하는 등 사회 각계에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다시 터져 나오고 있다.
당장, 프랑스 주요 노조는 내달 5일 연금개편 반대 총파업과 집회를 계획 중인데 여기에는 노란 조끼를 지지하는 시민도 다수 합류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랑스 정부는 연말을 앞두고 노동·시민사회의 움직임에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다.
브뤼노 르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한 공개석상에서 "노란 조끼 시위로 프랑스 서민이 삶의 구체적인 모습에 눈을 떴다"면서 "서민의 고통스러운 울부짖음에 응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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