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18일 주 52시간제의 일률 적용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내년 1월 1일부터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국회에 계류 중인 탄력근무제 기간 연장 등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예상되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책이다. 고용노동부는 52시간제의 예외 규정인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을 완화해 일시적 업무량 급증 등 '경영상 사유'도 포함했다. 현재는 재난 또는 이에 준하는 사고 때만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고 있다. 또 중소기업 사업장의 주 52시간제 연착륙을 위해 300인 이상 사업장에 주었던 6~9개월보다 긴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주 52시간제의 원칙 훼손을 경계하는 노동계를 의식해 제도의 근간은 지키되 업계 요구도 일부 받아들이는 절충형 모양새를 취했다. 이해당사자 간 갈등과 제도 확대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고심이 엿보인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악 수준인 장시간 근로로 인한 과로 사회 탈피를 위해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을 필두로 작년부터 시행된 52시간제는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근로자들은 일과 삶의 균형을 찾았고 저녁이 있는 생활이 정착돼 가고 있다. 하지만 주 52시간제의 '진정한' 성패는 300인 이하 사업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50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만 2만7천여개에 달한다. 장시간 근로 혹사는 중소기업에서 주로 나타났다. 혁신 여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은 생산성을 장시간 노동으로 지탱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근로자들의 행복을 위해 이들 기업의 주 52시간 정착이 시급하지만, 문제는 수용 능력이다. 투자나 근로자 채용에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 중에는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의 급격한 근로시간 단축 충격을 감당하기 어려운 곳이 있는 게 현실이다. 정부 조사로는 대상기업 가운데 39%는 준비 중이라거나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응답했다. 농축산, 건설, IT업계와 성수기 비수기의 계절적 영향이 큰 일부 제조업종은 주 52시간제의 시행 유예나 유연한 적용을 호소해왔다. 정부의 보완책은 업계 현실이나 침체한 경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강제적으로 밀어붙였다가 기업이 한계에 직면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근로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했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정부의 보완책이 법이 규정한 주 52시간제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 시행 과정에서 마찰을 예고했다. 법이 보장한 주 52시간제를 중소기업에 제대로 시행해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근로자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제도를 고치려는 것은 노동 존중 사회를 지향하는 입법 취지를 해친 것이라는 노동계의 불만은 이해할 만하다. 정부는 특별연장근로 확대가 자칫 사용자의 장시간 노동 강요 통로로 악용되지 않도록 심사와 현장 감시를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 50인∼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계도기간도 국회의 입법 상황을 봐가며 조속히 명시해 무한정 제도 유예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노동계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바란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국회가 입법 기능을 방기한 책임이 크다.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 2월 탄력근무제 단위 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향으로 어렵게 타협을 이뤘고 이를 반영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로 넘어갔으나 정쟁에 골몰한 여야는 법안심의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고수하고 있고,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1년으로 늘리고 여타 유연근로제 확대를 요구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록 민주노총이 빠지긴 했으나 한국노총이 참여해 노사정이 사회적 타협을 이룬 법안이다. 민생을 우선하고 사회적 합의를 존중해야 할 국회가 이를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하지 않는다면 중대한 직무유기다. 정부의 보완책은 미봉책일 뿐이다. 여야는 절충점을 찾아 보완 입법을 연내 마무리함으로써 주 52시간제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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