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으로 집권연장 가능성…선거 6전 전승·아베노믹스에 장기집권
'아베 1강' 속 관료 망언·비위 속출… 관저주도 정치로 비판에 귀 닫아
'벚꽃놀이 사유화'로 지지율 급락…개헌·전후외교 총결산 야심 '난항'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오는 20일 총리 재임일수 2천887일을 기록하며 일본 역사상 최장수 총리가 된다.
전무후무한 기간 장기 집권을 하며 일본 정치사에 한 획을 긋는 영예를 안게 됐지만, 그 영광 뒤에는 오만과 독선이라는 오명의 꼬리표가 달려 있다.
경제정책 '아베노믹스'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알리면서 주요 선거에서 연전연승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국내외의 비판에 귀를 닫고 우경화 정책에 힘을 쏟는 모습으로 반대 세력들 사이에서는 '사상 최악의 총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 '선거의 아베' 아베노믹스 발판 장기 집권…4연임說도
아베 총리의 1·2차 집권을 합한 통산 총리 재직 기간은 18일 현재 2천885일로, 19일 패전 전과 후를 통틀어 가장 긴 기간 집권했던 일본 총리였던 가쓰라 다로(桂太郞·1848∼1913년) 전 총리와 같아지며 20일에는 이를 넘어서게 된다.
아베 총리는 2006년 9월 26일∼2007년 9월 26일 366일간 1차 집권했다가 다시 2012년 12월 26일 2차 집권을 시작해 이후 7년 가까이 계속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이처럼 독주를 계속하는 배경에는 선거에 유독 강한 장점과 아베노믹스의 성공이 있다.
아베 총리는 민주당에서 정권을 찾아온 2012년 중의원 선거 이후 중의원과 참의원 선거 각각 3회씩 모두 6회에 걸쳐 국회의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6승 무패'를 기록했다.
아베 총리가 선거에서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선거의 아베'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은 야권이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던 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여기에 선거의 전선을 애매하게 만드는 특유의 선거 전술도 도움이 됐다.
아베 총리는 야권이 반대하기 어려운 테마를 선거의 쟁점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2014년 중의원 선거 때는 소비세율 인상 연기를, 2017년 9월 중의원 선거 때는 소비세 증세로 인한 세수 증가분의 유아교육 무상화 사용이라는 정책을 이슈로 만들어 이슈를 선점했고 압승을 거뒀다.
재정 지출 확대로 시장에 통화를 풀고 초저금리로 소비를 진작시키는 '아베노믹스'는 증시와 부동산 경기의 호황을 만들었고 지지자들을 늘렸다.
하지만 누적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고, 시장에 돈을 푸는 만큼 소비가 크게 늘지 않고 있으며 물가 상승률은 예상만큼 오르지 않아 언뜻 호황으로 보이는 경기가 '거품'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게 나온다.
집권 여당 자민당 총재가 사실상 일본의 총리를 맡는 정치 구조상 아베 총리는 큰 이변이 없는 이상 2021년 9월까지 총리 자리를 확보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이후에도 다시 자민당 총재를 맡아 총리직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민당 총재의 임기는 당초 '2연임 6년'이었지만, 2017년 '3연임 9년'으로 수정돼 아베 총리의 3번째 연임을 가능케 했다. 자민당 내에서는 다시 당 규칙을 개정해 총재의 임기를 '4년 12년'으로 바꾼 뒤 아베 정권을 연장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경쟁없는 1强의 '오만'·비판 안 듣는 '독선'
이와 함께 여권 내에서 아베 총리를 견제할 만한 인사가 없는 것도 장기 집권을 가능케 한 요인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자민당 정조회장이나 고노 다로(河野太郞) 방위상,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 같은 여권 내 총리 후보군이 있지만,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38) 환경상은 총리로 나서기엔 젊은 데다 경험이 미숙하다.
아베 총리에 비판적이어서 자민당 내 '야당'으로 불리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이 그나마 비중이 있는 인물이지만, 아베 총리가 이시바 전 간사장과 그가 이끄는 파벌 소속 의원들을 철저히 정부와 당 핵심에서 배제하고 있어 존재감이 약해지고 있다.
이렇게 아베 총리가 당 밖은 물론 당 내에서도 경쟁자 없이 독주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베 정권을둘러싸고는 오만과 독선이라는 비판의 꼬리표가 따라다니고 있다.
장기 집권이 이어지는 동안 아베 정권의 각료들과 자민당의 주요 인사들은 끊임없이 망언을 하고 비위를 저지르면서도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만 해도 개각 두달을 채우지 못한 채 스가와라 잇슈(菅原一秀) 경제산업상과 가와이 가쓰유키(河井克行) 일본 법무상이 자신 혹은 배우자의 비위로 잇따라 사직했다.
지난달에는 고노 방위상이 태풍으로 100명 가까이 숨지거나 행방불명된 상황에도 "나는 비의 남자다"라는 농담을 공개 석상에서 했고,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문부과학상은 새 대학입시 제도가 부유층에 유리한 것이 당연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아베 총리는 이런 비위와 설화(舌禍)에 대해 사과를 하긴 했지만, '항상 말로만 사과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 관료들 잇단 비위·말실수…'벚꽃놀이 사유화' 파문에 '흔들'
아베 총리는 최근 들어서는 스스로 비위와 망언의 한가운데 서 있다.
그는 이달 초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사학 스캔들과 관련해 정부 각료에 대해 질의하며 의혹 문서의 출처를 묻는 질의를 하자 평정심을 잃고 자리에 앉아 "네가 만든 것 아니냐"고 야유를 했다가 총리의 행동으로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아베 총리는 아울러 총리 주최 '벚꽃을 보는 모임'에 자신의 후원회 관계자를 초대하며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거세게 받으며 논란의 한가운데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지지율이 급락하는 타격을 입어 요미우리신문이 15~1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한달 전보다 6%p나 떨어져 8개월만에 50% 이하로 내려갔다.
아베 정권의 오만은 그가 각 부처 중심이 아니라 총리 관저 중심의 정치를 하며 민의에 어긋나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는 데서도 드러난다.
아베 총리는 그동안 일본이 집단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안보법제를 개정했고 호헌(護憲·개헌 반대) 세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비원인 개헌 달성을 위해 연일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국민들의 반대에도 카지노 도입을 가능케 하는 법안을 여권이 가진 압도적인 의석수의 힘을 빌어 국회에서 통과시켰고 주민들의 반대에도 오키나와의 후텐마(普天間)기지의 헤노코(邊野古) 이전을 강행하고 있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일본 정부의 경제적 보복조치 역시 관저 주도 정치의 산물이다.
보복조치는 외무성을 배제해 총리 관저와 총리의 측근을 중심으로 계획됐고 외교적 고려 없이 감행됐다.
이는 이후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과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결정으로 이어지며 한일 갈등을 사상 최악으로 몰고 간 갈등의 시발점이 됐다.
아베 총리는 재임 기간 개헌과 함께 '전후 외교 총결산'을 이뤄내겠다고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유니클로 공짜 내복에 불매운동 휘청? / 연합뉴스 (Yonhapnews)
역사 수정주의, 우경화, 군사대국화 움직임을 보이며 과거사 반성과는 정반대로 질주하면서 한국과 관계가 틀어진 데다, 러시아로부터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의 일부 혹은 전부를 돌려받겠다는 야심도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는 정상 간 상호 방문이 이어지면서 부쩍 가까워졌지만, 북한 문제나 중국의 해양 진출을 둘러싸고는 대립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양국 간 영토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에 해경선을 빈번히 보내며 일본을 자극하고 있다.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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