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다마족 자치정부 구성 위한 주민투표 20일 실시
다른 종족들의 자치 정부 수립 움직임 이어질 듯
(나이로비=연합뉴스) 우만권 통신원 = 내년 총선을 앞둔 에티오피아에서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오는 20일 자치정부 수립을 묻는 주민투표를 치를 예정이어서 이 지역에 긴장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AFP,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오는 20일 에티오피아 남부에 거주하는 시다마(Sidama)족은 자치정부를 수립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지난 7월 남부에 거주하는 시다마족이 중앙으로부터 분리해 독립 정부를 구성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이를 진압하면서 수십명의 사망자를 내고 이 지역에 정부군과 연방경찰을 배치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주도인 하와사(Hawassa)의 주민들은 이번 투표를 앞두고 또다시 긴장이 고조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분석가들은 주민투표 통과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주 유권자 등록을 마친 직후 체리네트 데구예는 AFP에 "투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많은 주민이 숨지고 다치는 등 대가를 치렀다"라며 "하지만 (투표를 앞두고) 신명 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현재는 평화로운 상태"라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이번 투표는 다양한 종족분포를 보이며 1억명 이상의 인구를 거느린 에티오피아가 종족 단위의 자치권 부여를 통해 연방정부 체제를 운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에티오피아는 현재 9개에 이르는 반자치 형태의 지방정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중앙정부는 주민투표를 통해 종족 단위의 자치 지방정부를 구성하도록 헌법에서 허용하고 있다.
이번 투표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그 결과가 수용되면 이는 곧 나머지 종족들의 연쇄적인 자치 정부 수립 움직임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0개 이상의 종족이 남부 지역에서 자치 정부 수립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00만명 이상으로 이루어진 시다마족은 그동안 남부지역에서 독자적인 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노력해왔으며 이들의 꿈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된 아비 아흐메드 총리가 취임하면서 탄력을 얻었다.
하지만 아흐메드 총리가 자치 투표 요구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자 시다마독립운동(SLM)은 지난 7월 18일을 기해 독립 정부 수립을 선언하겠다고 밝혔다가 막바지에 철회했다. 이후 종족분쟁 양상의 폭력 사태를 거치고서 이번 주민투표로 이어졌다.
당시 치안 부대의 발포로 하와사를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최소 53명이 사망한 것으로 현지 보안 관리들은 집계했다.
한편, 시다마 주민투표가 통과되면 일부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중 하나는 시다마족이 자치 정부의 수도로 점찍은 하와사의 지위에 관한 문제로, 시다마 종족이 절반밖에 되지 않고 다양한 다른 종족이 거주하는 하와사는 그간 남부 전 지역의 행정중심지로 역할을 해왔다.
이와 함께 시다마족이 아닌 다른 소수 민족의 염려다.
SLM의 데살렌 메사 대변인은 하와사에 있는 다른 종족들은 "자신들의 안전에 대해 염려할 필요가 없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수십 년간 많은 소수 종족이 하와사에서 부를 이루고 삶을 영위했으며 심지어 시다마족과 혼인 관계를 통해 유대를 맺어왔다. 이런 점은 미래에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가 이에 공감하지는 않는다.
비(非) 시다마족 출신의 하와사 주민 테스파예는 "우리는 두려움 속에 살고 있다. 주민투표 후 상황이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이다"라며 "시다마가 지역 정부를 구성하면 시다마족 출신이 아닌 종족에 대한 제도적 차별이 뒤따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심경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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