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 탈퇴 美, 亞에 신형 미사일 배치하면 북핵 위협 증가할 듯"

입력 2019-11-19 10:31  

"INF 탈퇴 美, 亞에 신형 미사일 배치하면 북핵 위협 증가할 듯"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 8월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의 중단과 함께 미국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경쟁을 겨냥해 주로 아시아 지역에 지금까지 금지돼왔던 새로운 미사일 배치를 추진 중인 가운데 만약 미국이 이 지역에 신형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예상과 달리 한반도 주변의 핵무기 사용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미 전문가가 경고했다.
'보다 안전한 세계를 지향하는 과학자 모임'인 '미 과학자연맹'(FAS)의 앤킷 팬더 선임연구원은 14일 포린폴리시(FP) 기고를 통해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신형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포스트 INF' 아시아에서 전략적 우려는 단지 중국만이 아니라는 점에서 워싱턴의 전략기획가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역내 미사일 배치는 단기적인 측면에서 당초 겨냥한 러시아나 중국 보다 오히려 핵무기 사용을 포함한 북한의 생존전략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팬더 연구원은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신형 미사일 배치의 2차적 효과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외교적 복합성이라면서 이로 인해 핵 능력을 보유하려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의 결의는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포스트-INF 핵전략 논의가 본래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했던 것인 만큼 단기적으로 북한의 핵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은 예기치 않은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핵) 보복능력을 확신하는 중국과 달리 북한은 통제·지휘 훈련과 제한된 핵군비로 인해 그들의 선택을 재평가할 수밖에 없고 위험한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지적이다.
트럼프 미 행정부는 러시아의 새로운 미사일 개발과 조약의 구속을 받지 않는 중국의 방대한 신형 미사일 군비에 맞서기 위해 INF 조약을 탈퇴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의 INF 조약에 대한 검토와 탈퇴가 너무 갑작스레 이뤄지는 바람에 실제적 전략기획이 거의 이뤄질 수 없었으며 동맹들도 INF 조약 탈퇴에 대한 미국 측 브리핑만으로 성급히 찬성할 수밖에 없었다고 팬더 연구원은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포스트-INF 미사일 제작과 시험을 시작하기 위한 계획이 세워지면서 다수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으며 그중 가장 명백한 것 가운데 하나는 동맹들의 정치적 우려를 고려했을 때 미사일을 어디에 배치하느냐 하는 것이라고 팬더 연구원은 지적했다.
그는 유럽과 달리 태평양 지역은 미사일 지상기지 선택이 제한된 상태라고 지적하면서 일본과 같은 동맹과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기까지는 가장 유력한 지역의 미사일 기지 후보는 미국영토인 괌이라고 지적했다.
미 국방부는 조만간 최소한 한 종류의 포스트-INF 신형 탄도미사일(사거리 2천900-3천900km)을 개발할 예정이며 이는 괌으로부터 중국 동해안과 대만은 물론 비행거리 20분에 평양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팬더 연구원은 지적했다.
비록 재래식이기는 하지만 사거리 4천km의 미사일이 괌에 배치될 경우 이는 북한의 기존 생존 전략을 뒤흔들 수 있으며 특히 북한에 위험스러운 것은 미사일의 신속성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지금까지 미국의 전투방식을 상정할 때 주로 이라크와 리비아 경우를 가정해 통상 전쟁 개시에 앞서 대규모 병력과 무기, 물자 등을 현지에 파견하는 것을 보고 판단해왔다. 따라서 미국에 이러한 움직임이 탐지되면 핵무기를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해왔다.
북한이 특히 대규모 미군이 참가하는 한국과의 합동군사훈련에 민감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괌에서 출발해 어느 적국 상공도 거치지 않고 수 분 내 평양에 도달할 수 있는 정밀한 탄도미사일의 존재는 북한으로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변화이다. 이 미사일은 핵 운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그동안 잠수함이나 B-1B 전략폭격기 등에 의한 핵 공격을 주로 상정해온 북한의 기존 예상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의 김정은은 그렇다고 미사일 요격기술이나 괌의 미사일 동향을 탐지할 수있는 전략 조기경보 능력개발에 투자할 수도 없는 만큼 그들의 평시 핵 지휘 및 통제 절차를 바꾸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팬더 연구원은 예상했다.
만약 북한이 대응조치를 취하기 전에 미국으로부터 궤멸적이고 전격적인 미사일 공격을 받는다면 북한의 대응 전략이 완전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평시에 현장 군지휘관에게 핵 사용을 위임하는 한 방안이 있으나 오판에 따른 핵전쟁 발발 가능성 등 위험이 크다.
또 다른 방안은 북한 측이 공공연히 위협해온 것으로 만약 미국의 공격으로 김정은이 사망할 경우 북한에 남아있는 모든 핵무기가 발사될 것이라는 것이다.
팬더 연구원은 따라서 북한의 김정은이 평시 핵무기에 대한 통제권을 적극적으로 유지하는 한 한반도에서 핵 사용 가능성이 작아질 것이라면서 사이버전을 포함해 북한의 무기를 무력화하기 위한 미국의 조치가 보다 위험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을 견제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미국의 정책입안자들에게 북한과 같은 소핵국으로부터의 위협을 고려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처음엔 부차적인 것이 될 수 있으나 북한이 제기하는 핵 도전을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미사일 배치가 러시아 및 중국과 갈등 가능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지만 단기적인 면에서 핵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오히려 적어 보인다면서 이제 북한의 핵무기는 당연히 고려해야 할 제3의 적국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yj378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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