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24개 기업 중 14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
내년 경제성장률 2.1% 전망 유지…미중 무역분쟁 영향 지속
국가채무 GDP 42% 수준까지 확대…한일 외교갈등은 아직 통제 가능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황재하 기자 = 국제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19일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는 소폭 상승하겠지만, 한국 기업들은 수익성 개선이 어려워 신용 여건이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크리스 박 무디스 기업평가 담당 이사는 이날 무디스와 한국신용평가 주최로 여의도 한 호텔에서 열린 '글로벌 경제전망 둔화에 따른 한국의 펀더멘털 압박' 주제 미디어 브리핑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박 이사는 "현재 24개 한국 민간기업들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개 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됐다"며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분쟁 지속으로 한국 수출주도 기업들의 올해 수익성이 악화했는데, 내년에도 일부 개선될 여지는 있으나 개선 폭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특히 미중 무역분쟁 지속으로 화학, 테크놀로지(IT) 업종이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며 "철강, 화학, 정유 쪽은 경기 둔화와 다운사이클(업황 침체) 영향으로 수익성이 안 좋다"고 진단했다.
또 "한국의 많은 기업이 2018년 이후로 공격적 투자와 기업 인수를 해왔고 특히 정유, IT, 반도체 업종에서 호황에 힘입어 투자를 공격적으로 많이 했는데, 이 부분이 재무비율 개선을 저해할 수 있어 부정적 전망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유건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 본부장도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변동 추이를 보면 2018년 이후 '부정적' 전망이 더 많아지는 하향 기조로 반전했는데, 내년에는 이런 기조의 강도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유 본부장은 "장기화하고 있는 무역분쟁이 일부 해결 기미가 있을 수는 있지만 완전한 해소 가능성이 낮고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며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 놓인 일부 업종은 미래를 위한 투자 부담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다수 업종에서 유의미한 실적 반등이 어렵다"며 "산업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는 자동차와 유통, 수요가 부진한 항공과 철강, 산업 주도권이 중국으로 옮겨간 디스플레이 등 업종의 신용도 전망이 부정적이고, 전망이 긍정적인 업종은 없다"고 진단했다.
한신평은 조선, 메모리반도체, 정유, 음식료, 제약, 통신, 해운, 호텔·면세, 석유화학, 건설은 신용도 전망이 '안정적'인 업종으로 분류했다.
무디스는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종전대로 2.1%를 유지했다.
크리스티안 드 구즈만 정부신용평가 담당 전무는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올해의 2.0%보다는 미미하게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수출, 특히 반도체 부문에서 수출량이 크게 축소되는 양상을 보이지 않고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bottoming-out) 형태의 현상이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의 재정·통화정책으로 인해 국내의 전반적인 수요도 꽤 안정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글로벌 시각에서 볼 때 정부의 재정 능력은 매우 높게 '하이 플러스(high+)'로 평가한다"며 "정책 입안자들은 이런 재정 능력을 활용해 여러 외부 압박을 상쇄하고 있어 굉장히 중요한 제도적 강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확장 기조를 제안했기 때문에 앞으로 채무가 늘어날 것이라 본다"며 "국가채무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42%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는데, 이는 같은 신용등급('Aa2')을 받은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정도의 부채율 자체는 국가신용등급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전 세계적으로 정치적 환경의 불확실성이 저성장, 경기침체(recession) 리스크로 연결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는 정부 능력은 저하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은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이고 글로벌 밸류체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미중 분쟁과 홍콩 사태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과 일본 사이의 외교적 갈등도 있는데, 아직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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