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인력공단 이관 시 공인회계사법 개정 필요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 내년부터 공인회계사시험(CPA)의 과목당 출제위원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차 시험에서 부정 출제 의혹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내년 시험관리 업무는 한때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금융감독원이 그대로 맡게 됐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올 연말에 내년 회계사시험 출제위원 수 확대를 위해 관련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지난 6월 치러진 올해 공인회계사 2차 시험을 두고 부정 출제 의혹이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회계사시험은 다른 국가전문자격시험에 비해 출제위원 인력풀이 적어 출제위원이 소수에 그치고 1명이 수년간 시험을 지속적으로 출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출제위원 노출 가능성 등에 따른 공정성 시비와 함께 시험문제 유출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올해 2차 시험 회계감사 과목에서는 2개 문항이 서울 시내 한 사립대 CPA 고시반의 모의고사 및 특강 내용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돼 금감원이 조사를 벌였고 모의고사와 실제 시험 문항 간 유사성이 인정돼 2개 문제 모두 정답 처리됐다.
출제위원 1명은 고시반 모의고사를 낸 강사에게서 모의고사 문제지를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전달받은 사실이 확인돼 검찰이 수사 중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시험 과목당 출제위원 수를 확대하고 시험 출제와 문제 선정 업무를 분리하는 방안을 금융위와 협의해 왔다.
금융위 관계자는 "회계사시험 출제위원을 늘리고 출제위원 수당도 현실화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연말 관련 예산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시험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금감원 인력도 1~2명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원래 담당 인력 정원은 5명이지만 현재는 4명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1~2명 정도 늘리는 방안이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매년 1만명 가까이 응시하는 회계사시험을 둘러싸고 올해처럼 공정성 시비가 제기되는 데는 담당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회계사시험 주관 업무를 금감원에서 변리사·노무사 등 국가전문자격시험을 총괄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으로 이관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지만, 내년에는 그대로 금감원이 업무를 맡게 됐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지난달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담당 인력이) 굉장히 부족하다"며 "시험 업무 이관을 검토 중이고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희가 매우 힘이 들어 내려놓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회계사시험 관리 담당인 금융위가 업무를 금감원이 아닌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위탁하려면 공인회계사법 및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임기가 끝나가고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공인회계사법 및 시행령 개정 작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태다.
또 회계사시험은 회계학 및 세무학, 경영학, 경제학 등 과목에서 24학점을 이수해야 하고 주관기관이 이를 확인하는 등 시험 구조가 복잡해 나름대로 노하우가 필요한 업무다. 실제로 업무가 이관되더라도 적응을 위한 유예 기간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공인회계사시험은 보통 1월 1차 시험 응시원서 접수를 시작으로 8월 말께 최종합격자가 발표된다.
금융위는 18일 공인회계사자격제도심의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내년 회계사 최소 선발 예정 인원을 1천100명으로 의결했다. 이는 올해(1천명)보다 100명 늘어난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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