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지방선거 앞둔 에밀리아로마냐州서 최대 1만5천명 운집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극우의 아성, 풀뿌리에 흔들리나'
이탈리아에서 정당 지지율 1위를 고수하고 있는 극우 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에 반대하는 민심이 밑바닥에서부터 서서히 달아오를 조짐이다.
내년 1월 26일로 예정된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州) 지방선거 유세를 본격화한 살비니에겐 의외의 복병이다.
19일(현지시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 등에 따르면 에밀리아로마냐주 모데나에선 18일 밤 7천여명의 시민이 모여 '반(反) 살비니'를 외쳤다.
살비니가 모데나에서 지지자들을 끌어모아 유세를 벌이던 시점이다. 이탈리아 정치계의 '뉴스메이커'인 살비니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극명하게 갈라선 한 단면이다.
지난 14일엔 에밀리아로마냐의 주도인 볼로냐에서 동맹이 유세를 벌이던 때 극우 정파에 반대하는 1만5천여명의 시민이 모여 '맞불 집회'를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모인 인파치고는 상당히 많은 수다.
당시 동맹은 볼로냐 체육관에 5천700여명을 끌어모아 유세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살비니와 극우 정당에 반대하는 이러한 시민집회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자발적이고 조직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약속한 장소에 모여들었다. 살비니를 지지하고자 모인 세력을 압도해 에밀리아로마냐의 민심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는 목표였다.
볼로냐 집회를 제안한 인사 가운데 하나인 안드레아 가레파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애초 6천여명 규모의 집회를 목표로 했는데 1만2천∼1만5천여명이 모였다"며 "이는 극우가 끌어내려는 '증오' 정책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탈리아 20개 주 가운데 6번째로 인구(약 450만명)가 많은 에밀리아로마냐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줄곧 진보 세력이 우세를 보인 '좌파의 성지'다.
중도 좌파 성향의 민주당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간 연립정부로선 사활을 걸어 사수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동맹이 또 다른 극우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설립한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 등과 손잡고 '우파 연합'을 결성해 반격을 준비하고 있어 쉽지 않은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살비니는 "에밀리아로마냐를 좌파들로부터 해방하겠다"고 강조하며 이번 지방선거를 이념 대결 양상으로 몰아가려는 선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재 판세는 일단 민주당 후보가 우파연합 후보에 다소 앞서는 가운데 연정이 도입하려는 '플라스틱세(稅)' 등에 대한 지역 산업계의 대응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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