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말리아 홍수로 이재민 37만명…기아·전염병 확산 우려

입력 2019-11-20 09:30  

소말리아 홍수로 이재민 37만명…기아·전염병 확산 우려
전쟁·가뭄에 엎친데덮친격…"폭우 계속돼 피해 커질 듯"
대통령 구호단체 지원 호소…NGO "기후변화 지구적 책임"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에 홍수로 이재민 37만명이 발생했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이 지역은 전쟁과 가뭄을 겪은 데다 이번에 물난리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근과 수인성 질병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가디언,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은 소말리아에 최근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54만7천명이 침수 피해를 봤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중 가장 피해가 심한 지역은 소말리아 중부 벨레드웨인으로 병원도 물에 잠겨 문을 닫았고 농지와 도로는 유실됐다. 이미 가뭄과 분쟁으로 재난에 직면한 이 지역은 이제 영양실조와 질병 위협에 직면해 있다.
자녀 7명을 둔 엄마인 키라 파라 알리(45)는 가디언에 밤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둑이 터져 순식간에 집도 물에 잠겼다며 "세간살이 하나 못 건지고 아이들과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막내딸은 거센 물살에 휩쓸려 갔으나 다행히 나중에 구조됐다.
가게 여주인 누리야 하산 마오우(37)는 그러나 이번 홍수로 가족을 잃었다. 75세 할머니 루치야와 11살짜리 아들 모하무드가 물에 빠져 숨졌다.
현재 수재민 임시 수용소에 있는 마오우는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집도 없고 도와주는 정부도 없다"고 말했다.
벨레드웨인 시장은 "이건 재난 상황"이라고 말했고 침수 피해지역을 둘러본 모하메드 압둘라히 모하메드 소말리아 대통령은 수해 상황이 국가 구조 능력 밖이라면서 구호단체들의 도움을 요청했다.
이번 수해로 주바 저지대, 게도, 베이 지역이 피해를 봤고 많은 이재민이 음식, 화장실, 피난처도 없이 흩어져 있다.
80여개 구호단체로 구성된 소말리아 비정부기구(NGO) 연합은 이 나라가 재해에 직면해 있다면서 630만명이 기본적인 먹거리조차 충분치 않다고 호소했다. 올해 소말리아 남부 곡물 수확량은 수십 년 만에 가장 낮다.
나스라 이스마일 NGO연합 국장은 "소말리아에 일어나고 있는 위기는 지구적인 책임"이라면서 "기후변화의 충격은 국지적 현상이 아니라 점증하는 환경 비상상황이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벨레드웨인에서 적신월사(적십자에 상응하는 이슬람권 구호기구) 구호 활동을 이끈 압디 압둘라히는 보트와 트랙터로 구조작업을 하고 있지만 수천 명이 노지에서 생활하고 있다면서 말라리아, 설사 등 수인성 전염병 발병을 우려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지난달 21일 시작된 홍수로 최소 1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소말리아 수륙정보운영 모니터링에 따르면 앞으로 폭우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돼 더 많은 이재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sungji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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