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색·군포 등 저장소에 재고 비축…파업 지속땐 운송 차질 불가피
"지역자원시설세 신설 걱정인데 철도 파업까지 겹쳐 설상가상"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20일 한국철도공사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철도 화물 운송이 많은 시멘트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 2016년 발생한 74일간의 철도 파업으로 큰 피해를 봤던 시멘트 업계는 이번에도 당시 악몽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20일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시멘트 공장이 충북 단양 등 내륙에 위치한 한일시멘트, 성신양회, 아세아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 등의 경우 전체 물류에서 철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40∼50%에 달한다.
쌍용양회, 삼표 등 공장이 해안에 위치한 연안사의 경우 전체 물류의 70% 이상을 선박에 의존하지만 내륙사의 경우 철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철도 파업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다.
이날 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이 예고되면서 시멘트 업체들은 군포, 수색, 광운대역 등 수도권 철도기지창에 마련된 저장소(silo)에 최대한의 재고를 비축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당장 파업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저장소의 재고 물량이 바닥나 전국 각지에 시멘트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파업이 진행되면 시멘트 수송은 평소보다 50%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수도권 저장소에 재고를 최대치로 늘린 상태고 철도 파업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BCT(벌크 트레일러), 벌크트럭 등 육송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파업이 5일 이상 지속하면 시멘트 공급의 차질이 불가피하다"며 "이와 함께 한시적으로 철도를 대신할 대체 수송 수단을 찾아야 하는 만큼 운송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성신양회 관계자도 "현재 의왕, 수색 등 저장소에 재고 비중을 최대로 높였고,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육송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형 시멘트사와 달리 일부 중소 시멘트사들은 이번 철도 파업으로 재고가 2∼3일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해지면서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시멘트 공장이 해안에 위치한 연안사들은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철도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쌍용양회 관계자는 "수도권의 경우 선박을 통해 서해안 출하기지로 옮기고, 필요하면 직접 트럭 육송을 통해 장거리 운송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시멘트 공급에 차질이 게속되면 레미콘 업계와 건설현장에도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레미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은 레미콘 생산에 문제가 없지만 회사마다 시멘트 재고가 3∼4일 정도밖에 없을 것"이라며 "파업이 길어지면 시멘트를 제대로 조달받지 못해 레미콘 생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동절기를 앞두고 11월은 건설 현장에 막바지 레미콘 타설이 한창일 시기"라며 "레미콘 공급이 중단되면 전체 공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시멘트 업계는 최근 정부가 시멘트 생산 1t당 1천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물도록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비상이 걸린 가운데 철도 파업까지 겹치며 '설상가상'이라는 반응이다.
시멘트 업계는 지난 2016년 철도파업이 한 달 이상 장기화하면서 물류 차질로 공장에 쌓여가는 재고를 처리하지 못해 시멘트 생산량을 축소하는 등 경영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당시 시멘트 업계가 추산한 피해 규모만 300억원이 넘는다.
시멘트협회 관계자는 "지역자원시설세가 신설되면 시멘트 업계의 큰 타격이 예상되는데 철도 파업까지 장기화할 경우 시멘트 업계가 받는 충격이 상당할 것"이라며 "파업이 단기간에 끝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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