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가 약속했던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의 19일 국회 처리가 무산됐다. 소관 상임위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무위원회는 신용정보법 개정안의 추가 논의를 위해 21일 법안소위를 다시 열기로 했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걸려 있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아예 심사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데이터 3법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야당인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이 입을 모아 조속한 처리를 약속했던 법안이다. 사상 최악의 '빈손 국회'라는 비판을 들을 정도로 생산성이 떨어진 국회에서 여야가 사사건건 대립하면서도 이 법안 처리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그만큼 시급성이 있는 법안이라는 데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5G, 빅데이터로 대표되는 4차 산업은 국가의 생존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그중에서도 데이터는 새로운 산업생태계의 원유이자 혈액 격이다. 각종 빅데이터의 융합과 유통에 걸림이 없어야 AI가 다양한 가치를 만들어 내면서 각종 신산업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기존 산업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그래서 금융과 IT, 유통, 헬스케어 등 대부분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얻으려는 기업가들이 데이터 3법의 통과를 오매불망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한 소프트웨어·AI 분야 콘퍼런스에 참석해 "올해 안에 ICT·제조업 기술과 축적된 데이터 등에 기반해 AI 분야를 전폭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인공지능 국가전략'을 발표하겠다"면서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을 이루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정보 활용 단계마다 당사자의 사전 동의를 얻도록 한 현행 규제를 풀어 데이터 공유와 활용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들어 데이터 3법의 연내 처리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개인정보의 경우 가명화 혹은 익명화한 정보를 본인의 동의 없이 통계 작성이나 연구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무분별한 정보 활용의 우려가 있다.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산업 육성에만 치우쳐 개인 데이터 활용을 서두르다 보면 예기치 않은 사회적 비용과 혼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시민단체의 걱정은 당연하다. 이 부분은 데이터 유통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사후 규제를 엄격히 함으로써 시정해나가야 할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이기에 새로운 산업은 뜻하지 않은 부작용이나 마찰을 유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혁신을 주저하다간 국가 미래가 걸린 산업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여야는 본회의 날짜를 하루 더 잡아서라도 데이터 3법을 처리하겠다고 하지만 살얼음판을 걷는 여야 관계를 고려하면 어떤 돌발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만약 이번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폐기될 처지여서 언제 통과될지 기약할 수 없게 된다. 기술발전이 현란한 4차 산업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 분야의 글로벌 경쟁은 승자독식의 정글이다. 핵심 분야에서 우리나라는 이미 뒤처져 있다. 미국과 일본, 중국 등은 기업들에 데이터 활용의 길을 활짝 열고 산업 혁신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너무 늦지 않게 이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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