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도쿄서 동시 공동선언…"日기업, 韓대법원 판결 수용해야"
(서울·도쿄=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김호준 특파원 = 한국과 일본의 법률가들이 20일 일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한일 정부와 일본 기업이 과거 피해자를 위한 기금을 조성한 방식을 참고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률가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과 도쿄에서 동시에 이런 내용의 '강제동원 문제에 관한 한·일 법률가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양국 정부에 해결책 모색을 촉구했다.
한국 법률가단체들은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일본의 법률가단체들은 도쿄 니혼바시 공회당 제3연수실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양국 단체들은 공동선언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개인 배상청구권이 소멸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국 대법원 판결뿐만 아니라 2007년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 그리고 일본 정부가 표명했던 입장을 통해서도 확인된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 대법원 판결은 피해자의 권리를 확인하고 피해를 회복하기 위해 도출된 결론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법의 지배하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일본기업들(일본제철 및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확정판결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판결 수용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국 단체들은 "법의 지배하에서 확정판결을 받은 일본기업들(일본제철 및 미쓰비시중공업)은 피해자의 권리 회복을 위해 확정판결을 수용해야 할 것"이라며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의 판결 수용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일 양국과 피고인 일본 기업은 강제노동 피해자의 명예와 권리를 회복하기 위해 독일의 '기억ㆍ책임ㆍ미래' 기금과 중국인 강제연행ㆍ강제노동사건 관련 일본 기업과 (중국) 피해자의 화해에 기초한 기금에 의한 해결 등도 참고하면서 필요하고 가능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동선언에는 민변, 인권법학회 등 한국 법률가단체와 일본민주법률가협회, 민주법률협회 등 일본 법률가단체 10곳 이상이 참여했다.
김호철 민변 회장은 "아베 일본 총리와 일본 정부는 한일 법률가들의 거듭되는 법과 양심의 조언에 귀 기울여 인권을 유린당한 피해자들의 억울함을 풀고 한일 양국 및 동북아, 나아가 세계 평화의 길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치다 마사토시(內田雅敏) 변호사도 도쿄 기자회견에서 "비슷한 징용 소송에서 일본 기업과 중국 피해자 사이에 화해가 성립했는데 한국의 경우 그것이 안 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둘 사이에 차이는 없다. 다른 것은 중국인 소송의 경우 일본 정부와 외무성, 경제산업성이 적어도 반대는 안 했고, 심지어는 소극적인 지지도 했다"고 현재 일본 정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이날 서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일본 취재진도 다수 참가해 질문을 던지는 등 이번 공동선언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한 일본 기자가 "일본 기업들이 배상 외에 사과해야 한다는 원고(강제동원 피해자)들도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김 회장은 "사과와 금전 배상, 이 두 가지는 국제 인권법의 원칙과 선례에 따르더라도 지극히 당연한 요구이자 권리"라고 답했다.
도쿄 기자회견에도 한국과 일본 취재진 30여명이 참석했다.
일본의 전후 배상 책임 문제에 밝은 가와카미 시로(川上詩朗) 변호사는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식과 관련 기자회견 직후 연합뉴스에 "(과거와 같은) 기금 조성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며 "기금 조성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국 법률가들은 '전문가로서 공동으로 갖는 법적 인식과 해석에 기초해 강제동원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향한 방향성을 공유한다'는 기조하에 수개월의 논의 끝에 이번 공동선언을 도출했다. 이후 일본 변호사 및 연구자 등 123명과 1개 단체가 공동선언에 대한 찬동의 뜻을 추가로 밝혔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인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을 밝히며 일본 기업들에 대한 배상 판결을 확정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은 배상을 이행하지 않고 있고, 일본 정부 또한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개인 배상청구권이 소멸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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