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한 인위적, 北 궁극적 선택해야…3차정상회담 제안한적 없고 '합의에 가까운것' 선행돼야"
"나와 협상할 사람은 최선희…北 '비핵화 선택' 증거 보지 못했지만 가능하다 믿어"
"韓, 중요한 동맹이지만 무임승차 된다는 의미 아냐"…주한미군 유지 입장
(워싱턴=연합뉴스) 송수경 류지복 백나리 특파원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지명자는 20일(현지시간) 북한에 대해 외교적 해결을 위한 창이 여전히 열려 있다면서도 "북한이 다시 도발적 조치들로 회귀한다면 '거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극적 선택은 북한의 몫이라며 '공'을 다시 넘겼다.
또한 북한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며 제시한 '연말 시한'은 '인위적 시한'이라고 선을 그으며 3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합의에 가까운 성과'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인 비건 지명자는 특히 의회 인준을 받아 부장관에 오를 경우 북미 실무협상을 계속 이끌겠다고 확인한 뒤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카운터파트'로 나서야 한다며 협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비건-최선희 라인'으로의 '체급 격상'을 공개 제안했다.
북한이 '연말 시한'을 앞두고 '선(先)적대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대화의 손짓을 계속 보내며 조속한 협상 재개 의사를 거듭 밝히는 동시에 북한이 정한 시간표에 구애받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며 북한의 도발 회귀 가능성에 경고의 메시지도 발신함으로써 주도권 확보를 시도한 차원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 제1부상이 이날 '대북 적대 정책이 계속되면 북미 정상회담에도 흥미가 없다'고 말한 가운데 격상된 실무협상 채널을 통해 실질적 진전이 담보돼야 3차 '톱다운 담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미국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비핵화 결단을 거듭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 등에 따르면 비건 지명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 인준 청문회에서 "(외교의) 창이 여전히 열려있다"며 "하지만 북한은 이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창이 여전히 열려 있다'는 말을 5차례나 반복하며 "이것이 북한에 대한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은 북한"이라고 덧붙였다.
비건 지명자는 연말 이후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관련, "이 외교가 시작되기 이전의 보다 도발적인 단계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며 "그것은 북한에 의한 거대한 실수이자 실기(a huge mistake and a missed opportunity)가 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는 경고도 보냈다.
이 발언을 두고 로이터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를 중대한 성과로 강조해온 가운데 '국무부 이인자' 지명자가 그 종지부가 찍힐 수 있다는 점을 암시했다고 풀이했다.
비건 지명자는 '연말 시한'에 대해서도 "우리는 연말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 이는 북한에 의해 설정된 인위적인 데드라인이며 유감스럽게도 그들 스스로가 만든 데드라인"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그것은 우리의 데드라인이 아니다. 그들의 데드라인이다"며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시간이 걸리는 그 만큼" 북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지명자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7일 트윗을 통해 김 위원장에게 "곧 보자"고 말하긴 했지만 "우리는 북한에 또 다른 정상회담을 제안한 적이 결코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정상회담이 있을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실제로 두 정상의 비전을 실행할 결과를 도출하도록 하기 위해선 합의나 합의에 가까운 것(near-deal)이 있어야 한다는 관점을 표명해 왔다고 전했다. 실무협상을 통한 진전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비건 지명자는 "보다 높은 위상을 북한 이슈로 가져갈 것"이라며 부장관이 돼도 대북 직함을 유지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는 자신의 승진이 "북한에 있는 우리의 카운터파트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라며 북한 이슈의 우선순위를 추가로 높이며 협상 절차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그간 북한의 실무협상팀이 충분한 권한을 부여받지 못해 협상이 한계에 부딪혔던 점을 거론, 협상팀에 더 권한이 주어져야 한다면서 "북한에서 나와 협상해야 할 사람은 최 제1부상"이라며 최 제1부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임을 얻고 있는 '권한이 주어진 협상가'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달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실무협상에 대해 북한 측이 '역겨운 협상'이라고 평가절하한 것을 거론하며 "협상 후 북한에서 꽤 부정적 묘사가 있긴 했지만 우리는 두 정상의 비전을 증진할 실현 가능한 조치들에 대한 매우 매우 건설적인 논의를 했다"며 "북한은 자체적 이유로 인해 실패로 규정하길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지명자는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하는 선택을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 검증 가능하거나 의미 있는 증거를 보지는 못했지만, 여전히 그들이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진전해 나가는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관점을 유지하고 있다"며 "그리고 그렇다면 이 세계와 한반도는 보다 더 평화로운 장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지명자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 "한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동맹 파트너 중 하나"라면서도 "누군가 무임승차가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말해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의 방위비 압박 전선에 가세했다.
비건 지명자는 "우리는 한국과 터프한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하고 있다"며 일본 등 다른 나라들과의 방위비 협상 전반에 대해 "이들 나라는 그들의 책임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터프한 협상들이 될 것"이라고 거듭 말했다.
그는 주한미군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보느냐고 묻자 "그렇다"라고 짧게 답변했다.
비건 지명자는 미국의 정책이 '완전하게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인가'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북한이 중단했다고 시사할 증거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하겠다"고 답했고, '예스'(계속 생산한다)라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정확하다"고 말했다.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의 논의는 아직 거기까지 가지 못했지만 이러한 이슈들에 주목할 것이라는 점을 보장하겠다"며 원론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역사적 비극'인 한국전 상처에 대한 치유를 거론하면서 "25년 전 베트남과 국교 정상화를 했을 당시의 성공적 방식"을 롤 모델로 거론하기도 했다.
hanks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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