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소득 하위 20%(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이 2분기 연속 늘었다. 통계청은 올해 3분기 1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137만1천600원으로 1년 전보다 4.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1분위 가계소득은 지난해 1분기(-8.0%)부터 올해 1분기까지 줄다가 2분기(0.04%)에 증가로 돌아섰고 3분기에는 증가 폭을 크게 늘렸다. 반면 소득 상위 20%(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980만2천원으로 0.7% 늘어나는 데 그쳤다. 1분위 소득 증가율은 크게 높아지고 5분위 소득 증가율은 거의 그대로여서 대표적 소득분배지표인 균등화 가처분소득 5분위 배율(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값)이 3분기 기준으로 4년 만에 개선됐다. 3분기 5분위 배율은 2015년 4.46배에서 2018년 5.52배까지 악화하다가 이번에 5.37배로 떨어졌다. 지난달 취업자가 41만9천명 늘어나는 등 취업자·고용률·실업률 등 3대 고용지표가 석 달 연속 개선된 데 이어 분배지표까지 나아졌다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도 고용지표에 이은 분배지표 개선에 기쁨을 감추지 않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페이스북에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한 소득주도성장과 포용 성장의 효과가 3분기에는 본격화하고 있다"고 썼다. 사람 중심의 포용 성장 정책을 모토로 경제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한동안 고용이나 분배지표가 의도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오자 고심해오던 정부 경제팀 수장으로서는 당연히 반가웠을 것이다. 다만, 총론적 고용·분배지표 개선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실질적인 내용 자체가 더욱 중요하다. 경기가 좋아지고 돈 버는 사람의 저변이 넓어져 이런 지표들이 개선됐다면 더 좋았을 테지만 그런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3분기에 1분위 가계의 근로소득은 44만8천원으로 1년 전보다 6.5% 줄었다. 전년 동기 대비 1분위 근로소득은 작년 1분기(-13.3%) 줄어들기 시작해 4분기(-36.8%)까지 감소 폭을 늘렸다. 올해 들어서도 1분기(-14.5%), 2분기(-15.3%)에 감소세가 이어졌다. 1분위 사업소득은 24만원으로 1년 전보다 11.3% 늘어났지만, 근로·사업소득을 합친 소득은 1%가량 감소했다. 일해서 벌어들인 소득이 줄었는데도 1분위 전체 소득이 4.5%나 늘어난 것은 기초연금·아동수당·근로장려금 확대 등 공적 이전소득이 많이 늘어나서다. 경기가 어려워질 때 고용시장에서 밀려나거나 소득이 줄어드는 고용 취약계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다.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데도 필요하고 소비 여력을 조금이라도 늘려 경기 활성화를 돕는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국내외 주요 경제자문 기관들이 우리 정부의 확장적 재정을 주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분위 가계의 근로소득 자체가 주는 상황이 오래가서는 안 된다. 취약계층의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주는데 정부가 주는 돈으로 전체 소득을 늘려 분배가 개선됐다고 자랑할 일은 아니다. 고용지표 개선도 마찬가지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제조업의 일자리도, 고용시장의 허리로 생산성이 높은 40대 일자리도 줄고 청년 구직난도 여전한데 재정으로 만들어내는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가 기형적으로 늘어났다고 좋아할 일도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전체 지표 개선보다는 실질적 개선이 이루어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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