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기술력과 성장성 등을 바탕으로 상장한 코스닥 특례상장 기업이 6곳 중 5곳꼴로 적자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거래소와 경제 데이터서비스 인포빅스에 따르면 지난 2005년 특례상장 제도 도입 이후 작년까지 상장한 코스닥 기업 총 66개사 중 작년 연간 당기순이익 흑자를 낸 곳은 11개사(16.7%)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11개사는 아미코젠[092040], 인트론바이오[048530], 크리스탈[083790], 파크시스템스[140860], 아스트[067390], 유바이오로직스[206650], 덱스터[206560], 로보티즈[108490], 링크제니시스[219420], 바이오솔루션[086820], 비피도[238200]다.
범위를 넓혀 영업이익 기준으로도 작년 연간 영업이익 흑자를 낸 곳은 위 11개사에 카페24[042000]와 오스테오닉[226400]을 더한 13개사(19.7%)뿐이었다.
작년 전체 코스닥 상장사 중 약 63.4%(911개사 중 578개사)가 순이익 흑자를 냈고 적자 기업은 36.6%(나머지 333개사)였던 것과 비교하면 특례상장사의 적자 기업 비중이 월등히 컸다.
올해 들어서도 1~3분기 영업이익 흑자를 낸 곳은 66개사 중 10개사(15.2%)로 작년 연간 실적에 비해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신약개발 바이오 종목들의 적자 폭이 컸다.
지난 8월 면역항암제 '펙사벡' 임상 3상 중단으로 바이오주 급락 사태를 일으킨 신라젠[215600]은 작년 영업손실 590억원에 이어 올해 1~3분기에도 434억원 영업손실로 특례상장사 중 최대 손실 기록을 이어갔다.
이어 면역치료제 후보물질 '하이루킨'(GX-I7) 등을 개발 중인 제넥신[095700]의 영업손실이 작년 381억원 및 올해 1~3분기 315억원에 이르렀고 에이비엘바이오[298380]가 작년 240억원 및 올해 1~3분기 25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 2005년 12월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증시에 데뷔한 헬릭스미스(옛 바이로메드)[084990]도 작년 212억원 및 올해 1~3분기 31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특례상장 기업들의 적자가 심각한 점은 특례상장 사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제약·바이오 종목의 특성상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신약 개발은 최초 후보물질 발굴부터 1, 2, 3상 등 임상시험 단계를 거쳐 국내외 당국 인가 및 시판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지난한 과정이기 때문에 흑자 전환까지 오랜 기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2005년 특례상장 제도 도입 이후 초기에 상장한 업체들이 이제 임상 3상을 진행하는 단계"라며 "장기간의 신약 개발 기간 등 바이오 종목의 특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이익 창출 단계까지 가지는 못한 특례상장 기업들도 대부분 연구·개발(R&D) 등 본업에 충실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들 종목이 모두 성공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부만 성공해도 특례상장 제도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캔서롭[180400](옛 엠지메드)이 지난 2018사업연도 재무제표와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연속으로 '의견거절' 감사의견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발생 후 개선 기간을 부여받는 등 경영난에 빠진 특례상장사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신라젠의 경우 최대 주주인 문은상 대표 등 경영진이 상장 이후 지금까지 주식을 2천500억원어치 이상 팔아 현금화하면서 최대 주주 지분율이 상장 직후(18.28%)의 절반 미만(8.89%,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쪼그라든 가운데 일부 임원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등 특례상장 기업들을 둘러싼 잡음도 잇따르고 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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