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우여곡절 끝에 산업자본이 대주주가 된 인터넷은행이 탄생했다. 카카오뱅크의 제2대 주주인 카카오는 22일 한국투자금융지주 보유 지분 가운데 16%를 사들였다. 이에 따라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지분을 34%로 늘리면서 기존 최대 주주였던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자리를 맞바꿨다. 올해부터 시행된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한해 의결권 있는 지분 보유 한도를 기존 4%에서 34%로 늘릴 수 있도록 했는데 카카오는 이 법이 허용한 최대치까지 지분을 확대해 제1대 주주가 된 것이다. 인터넷은행에 국한되긴 했으나 우리나라에서 산업자본이 은행의 최대 주주가 된 첫 사례다. 카카오뱅크는 5천억 원의 증자도 완료해 자본금을 1조8천억 원으로 늘렸다. 추가 증자로 몸집을 키울 경우 명실상부한 '메기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한 이후 급속히 영업력을 키워 지난 7월 현재 계좌고객 수 1천만 명을 돌파했고, 1분기에는 첫 흑자를 달성했다. 카카오뱅크는 다양한 혁신기법으로 금융권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공인인증서 없는 비대면 은행거래를 일반화시켰다. 기존 금융권의 과도한 수수료체계도 흔들었다. 정부가 대선공약 파기 비난을 무릅쓰고 ICT 기업에 인터넷은행 소유를 허용한 것은 일자리 창출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핀테크 등 혁신 기술을 금융에 도입해 고객서비스를 고도화함으로써 타성에 빠진 기존 은행권의 혁신을 유도하기 위함이었다. 국내 은행권은 20년 전 외환위기로 엄청난 구조조정을 겪은 이후 건전성을 높이고 선진금융기법을 도입하는 등 변화를 모색했으나 기존 금융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객 서비스 혁신이나 새로운 산업에 대한 자금 수혈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 카카오뱅크는 예대마진에 안주하는 금융 관행에서 탈피해 혁신 영업, 혁신 기법을 주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국내 인터넷은행 1호인 케이뱅크는 주인으로 예고된 KT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걸리면서 증자를 못 해 영업에 제동이 걸렸으나 국회 정무위원회가 21일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한도 초과 지분보유 승인 요건에서 공정거래법위반 요건을 삭제한 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케이뱅크는 KT가 대주주가 되면서 증자가 가능해져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뱅크와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다. 인터넷 금융의 판을 키우기 위해서는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인터넷은행이 추가로 나와야 한다. 경쟁을 활성화해야 금융기법과 서비스가 혁신으로 진화한다.
인터넷전문은행 특별법은 일반 대기업이 아닌 ICT 주력기업에만 은행 지배를 허용해 은산분리의 뼈대를 유지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한편 기업 대출은 중소기업에만 인정해 대주주의 사금고화를 차단했다. 그런데도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높다. 과거 대기업에 대한 무분별한 대출로 은행이 부실화하는 바람에 국가 위기를 불렀다는 트라우마가 있기에 이런 우려는 이해할 수 있다. 은행 대주주의 적격성을 완화하고, 시중 은행의 산업자본 진출은 막은 채 인터넷은행만 예외를 허용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산업자본의 은행소유 금지는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며, 주인 없는 은행이 경영진의 모럴해저드와 관치금융 등으로 오히려 금융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측면도 봐야 한다. 시금석인 카카오뱅크의 행보를 봐가면서 은산분리 해소를 전체 은행권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공론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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