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대호 기자 = 중국 정부가 가까운 미래에 디지털 형태의 `가상 위안화'를 발행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며 다양한 시나리오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22일 자사가 중국 광저우에서 주최한 기술 콘퍼런스에서 `가상 위안화'가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면서 중국 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가 위폐를 방지하고 거래의 안전성을 높이며 위안화의 국제화를 가능하게 돕겠지만 사생활 침해와 투자기업의 거품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보도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암호화폐 투자 회사인 두캐피털의 래덩은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발행되는 디지털 화폐는 위안화의 국제화를 더 용이하게 해줄 것"이라며 "(중국의 대외 영향력 제고를 꾀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실크로드) 정책이 위안화 국제화의 매개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화폐는 또 중국이 현금 없는 결제 체계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도와줄 전망이다.
덩은 "위챗페이는 하루 10억건의 거래를 처리한다"면서 "중국이 현금 없는 사회로 나아가면 중앙은행도 디지털 혁명 현실에 적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전세계 전자상거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국가다.
베이징의 시장조사업체인 아이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모바일 거래액은 28조7천800억달러에 달했다.
정부 관료 출신인 샤오우난 아태합작교류기금회(APECF)의 부회장은 중국의 디지털 화폐는 익명성과 분권화를 강조하는 비트코인이나 상품권 등과 매우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가 위조지폐를 방지하고 안전성을 높이겠지만 사생활 침해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샤오 부회장은 디지털 화폐가 규제 당국으로 하여금 자금 흐름을 추적하기 쉽게 만들어주고 거대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논리를 만들어낼 것이라면서 이는 위폐와 안전성 우려를 해결하는데 더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의 결제가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를 이용한 개인간의 소액 거래에 그치고 있지만 디지털 화폐는 기업간 거래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컨설팅기업인 언스트앤영(EY)의 블록체인 책임자인 폴 브로디는 블록체인이 기업 거래의 순환 시간을 줄이는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업간 전자상거래 규모는 2017년 기준 3조700억달러를 기록했다.
브로디는 "기업간 거래에 블록체인이 더해지면 기업간 거래가 더 크게 활성화할 것"이라며 "중국에서 (디지털 화폐를 이용한) 매우 큰 결제 기반시설을 최초로 갖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디지털 화폐 분야로 많은 투자금이 몰려들며 거품과 사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브로디는 "중국은 다른 나라들이 겪었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이전의 가상화폐 상장에서 75%의 기업은 아무런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부분의 가상화폐 기업들은 회계감사 담당자를 두지 않았고, 이는 많은 사람이 사기를 당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실제 암호화폐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은 2017년 말과 2018년 초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급등하며 2만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8천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덩은 "(가상화폐 관련) 일부 기업들은 주가가 너무 급격하게 올라 합리적인 거래가 어려우며 과열된 상태로 거품이 껴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디지털 화폐 정책에 대해 대체로 기대를 표시했다.
덩은 중국의 블록체인 기술 육성이 가상화폐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고 또 다른 성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덩은 "중국은 철저하게 디지털로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중국 정부의) 정책 신호는 디지털 화폐시장으로 더 많은 자금을 유입시킬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전문 투자 펀드인 프루프 오브 캐피털의 에디스 영은 "중국은 디지털 화폐를 위해 지난 5년간 연구하고 작업해왔다"면서 갑자기 블록체인 기술 육성 계획을 내놓은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디지털 화폐 전문가들은 중국이 매우 민첩하게 움직이고 있어 빠르면 2~3개월, 늦어도 1년 안에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광저우시가 블록체인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1억4천만달러의 펀드를 출범하는 등 중국 정부 보조금이 블록체인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되고 있다.
샤오 부회장은 중국의 디지털 화폐 주도권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체인은 중국이 다른 나라들과 거의 비슷한 시점에 개발하기 시작한 기술 분야"라면서 "정보기술(IT)과 인공지능(AI) 등에서는 기술 패권을 차지하기 어렵지만, 블록체인은 중국의 기술적인 지배력을 확보하는데 매우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dae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