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순도 시험' 하지 마라…결국 우리에게는 모두가 필요"
민주 대선후보 위한 모금행사 연설…NBA스타 스테픈 커리도 참석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미국 대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여전히 강력한 대선 주자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트럼프 격퇴에 집중하라"며 또다시 민주당 후보들을 향해 쓴소리를 내놓았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주자를 위한 기금 모금 행사에서 경선 후보들을 향해 "서로 차이는 있겠지만, 이 나라를 만든 여러 핵심적인 전통과 가치, 제도적 약속을 갑자기 외면해버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꺾어야 한다는 궁극의 목표와 비교하면 사소할 뿐"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모두 진정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의 과정을 통해 누가 부상하든 그의 뒤에서 단결하는 데 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민주당의 제5차 대선후보 TV토론이 열린 지 하루만에 나온 것이다. 전날 토론에는 10명의 후보가 참석했으며, 현재까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한 후보는 17명에 이른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8년에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판이 컸었지만 사람들은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이번 후보들은 기후변화 대응이나 더 좋은 건강보험제도 제공, 인도적인 이민정책과 같은 중요한 이슈에서 호환이 가능한(compatible) 가치들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이 후보 춘추전국시대를 맞아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후보들이 대의에서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활기찬 경선을 통과해 뽑힐 최종 후보자는 지금보다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평범한 미국인들은 기존 시스템을 완전히 허물어뜨리고 개조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고 재차 지적했다. 이는 앞서 그가 지난 15일 워싱턴에서 열린 '민주주의 동맹' 연례 만찬에서 했던 말이다.
이 말은 후보들 중 가장 급진적이라고 평가받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이 제안한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처럼 재정이 더 많이 투입돼야 하는 공약들에 대한 질책으로 해석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메디케어 포 올'은 중산층 증세 없이 개인 건강보험을 폐지하면서 정부가 운영하는 전국민 건강보험을 말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그럼에도 후보들이 기후변화나 사법제도 개혁과 같은 큰 그림을 그려보길 희망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큰 변화는 사람들이 싫어하지만, 자신의 행정부 때 했던 것을 뛰어넘는 정책들을 후보들이 제안해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경선 과정에서 후보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순도 시험'(purity test)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순도 시험'이란 후보자의 가치관이 민주당의 가치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를 따지는 선명성 경쟁을 가리키는 말로, 민주당 경선에서 벌어지는 이러한 경쟁이 과도해지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여러분도 알듯이 우리 사회는 복잡하기 때문에 이미 모든 면에서 우리에게 동의하고 있는 사람들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것만으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면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에게는 모두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원하기 위한 모금 행사로 100여명이 1인당 35만5천달러(약 4억1천800만원)에 달하는 입장료를 내고 참석했다. 참석자 중에는 미국프로농구(NBA) 최고의 슈터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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