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보상 범위 한계…"피해 제보 중 35%만 보상 가능"
500억원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 용처 '미정'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이 삼성전자[005930]의 공식 사과로 종지부를 찍은 지 1년이 지났다.
삼성전자는 작년 11월 23일 지원보상위원회를 통해 2028년까지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진행하고, 500억원 규모의 산업안전보건발전기금을 내놓기로 약속했다.
11년간의 긴 갈등 끝에 마련된 중재안인 만큼 상당한 성과로 평가됐지만, 실제 이행 과정에서는 크고 작은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23일 반도체 노동자 인권단체 반올림에 따르면 중재안 이후 제보된 삼성전자 관련 피해 228건 가운데 지원보상위원회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례는 35%(79건)에 불과했다.
반올림이 작년 11월 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접수된 제보와 위원회 보상 기준을 토대로 판단한 결과다.
중재안에 따르면 보상 대상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제1라인이 준공된 1984년 5월 17일 이후 반도체·LCD 생산라인에서 1년 이상 근무한 현직자와 퇴직자 전원이다.
분석 결과 보상받기 어려운 이유로는 대상 질병이 아닌 경우(52건)가 가장 많았고, 삼성전자 DS(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이 아닌 경우(46건)가 뒤를 이었다.
퇴사 후 질병 진단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너무 길거나, 근무 기간이 짧아 지원기준을 만족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재직자의 경우에는 지원 보상을 받기 위해 기존의 사내 복지제도 일부를 포기해야 했다는 제보도 접수됐다.
반올림 관계자는 "일부 보상을 신청한 피해자들은 (생각보다 적은) 보상금액을 보고 놀라 연락을 주기도 했다"면서 "시스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퇴직 후 발병 기간 등이 보상액 산정에서 예상보다 큰 변수"라고 말했다.
다만 지원 보상은 중재안에 따라 이뤄지고 있으며 통상 신청 후 두 달 안에는 보상액이 지급되는 등 이행 자체에는 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지원보상위원회는 논의를 거쳐 이르면 올해 안에 그간의 지원 보상 내용을 세부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이밖에 500억원 규모의 산업안전보건발전기금은 올해 6월 말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전달됐으나 활용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안전보건공단 산하 미래대응추진단 관계자는 "노동자들의 핏값인 만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있다"라며 "12월 미래대응위원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추진단은 미래대응위원회에 정부, 삼성, 시민단체 측 관계자들을 불러모아 방향성에 대해 발표하고, 구체적인 결정을 내려 내년부터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금은 미래 안전보건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추진단 설립 취지와 맞게 이와 관련된 인프라 구축에 활용될 전망이다.
앞서 '삼성 반도체 백혈병 분쟁'은 지난 2007년 3월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근무하던 근로자 황유미 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숨지면서 시작돼 이듬해 반올림이 발족하면서 본격화했다.
이후 계속 의견을 좁히지 못하다가 삼성전자가 내용과 무관하게 중재안을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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