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문제 외교적 해결 위한 협력 강화"…비핵화 협상 책임자 회동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이고리 모르굴로프 러시아 외무차관과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다고 러시아 외무부가 밝혔다.
외무부는 이날 공보실 명의의 언론보도문을 통해 모르굴로프 차관과 최선희 부상의 회담 사실을 전하면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문제들이 논의됐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핵문제를 포함해 이 지역의 현존 문제를 정치·외교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러북이)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양측의 원칙적 의향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외무부는 더 이상의 상세한 회담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 부상도 앞서 모르굴로프 차관과의 회담 결과에 대해 연합뉴스 등의 질문에 답하면서 "쌍무관계와 조선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지난 19일부터 모스크바를 방문 중인 최 제1부상은 이날 사실상의 방러 마지막 공식 일정으로 러시아 외무부에서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담당하는 모르굴로프 차관과 회담했다.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담당하는 양국 외무당국의 최고 실무 책임자 간 회동이었다.
앞서 최 부상은 모스크바 도착 이튿날부터 이날까지 사흘 동안 러시아 정부 인사들과의 연쇄 회동을 계속했다.
먼저 20일 모스크바 시내 외무부 영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티토프 제1차관, 올렉 부르미스트로프 북핵담당 특임대사 등 러시아 외무부 고위인사들과 회담했다.
북한과 러시아가 국제 및 양자 현안들을 두루 논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개최한 양국 '전략대화' 차원의 회담이었다.
최 부상은 전략대화 회담에 이어 곧바로 모스크바 시내 다른 곳에 있는 외무부 본부 청사로 이동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후속 회담을 했다.
21일에는 러시아 국방부를 찾아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대장)과 면담했고, 이날 모르굴로프 외무차관을 만났다.
모르굴로프 차관과의 회담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외무부 본부 청사에서 진행됐다.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측근이자 협상 핵심 인사인 최 부상이 러시아를 방문해 연쇄 회담을 연 데 대해 북한이 우방인 러시아와의 밀착 행보를 과시하면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완전히 결렬되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우군 확보를 위한 배후 다지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 부상은 이날 모르굴로프 차관과의 회담 뒤 "조선반도에서 외교의 기회가 사라지는 경우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미국 측이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우리는 시간도 줬고 신뢰 구축 조치도 취했지만 우리가 받은 상응조치는 아무것도 없으며 받아낸 것은 배신감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선제 조치에 대해 아무런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배신감만 안겨줬다는 강도 높은 비판이었다.
최 부상은 앞서 방러 공식 일정 첫날인 20일에도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이 계속되는 한 핵 문제와 관련한 논의는 협상테이블에서 내려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부상은 모르굴로프 차관과의 회담을 끝으로 모스크바 일정을 마무리하고 23일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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