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업체에 사실상 제재…"기존 장비 대체 프로세스도 시작"
(뉴욕=연합뉴스) 이귀원 특파원 =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와 ZTE(중싱<中興>통신)에 대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면서 사실상의 제재를 단행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FCC는 미국의 중소 무선통신업체나 브로드밴드(광대역통신) 제공업체들에 대해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을 화웨이나 ZTE의 신규 장비 구매나 기존 장비 유지 비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결정했다.
아짓 파이 FCC 위원장과 4명의 이사회 멤버들은 이날 이들 두 개 업체의 중국 정부와의 관계를 거론하는 한편, 장비가 미국에 대한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장일치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 연방정부는 '유니버설 서비스 펀드'(Universal Service Fund)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인구 밀집도가 낮은 지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 무선통신업체나 브로드밴드 제공업체들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같은 보조금을 중국 2개 업체의 장비 구매나 장비 유지 예산으로 쓰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유니버설 서비스 펀드는 소비자들의 전화 요금에 부과된 수수료를 재원으로 하고 있으며, 연간 보조금 규모는 8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FCC는 또 해당 업체들에 이미 구매해 사용 중인 화웨이와 ZTE의 장비를 다른 업체의 제품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규제 프로세스를 시작했다고 WSJ은 전했다. 화웨이와 ZTE의 기존 장비를 대체하려면 향후 2년간 189억달러 정도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FCC의 결정에 대해 이들 기업의 제품을 미 소비자들로 차단하기 위한 광범위한 압박 가운데 가장 최근의 조치라면서 두 중국 업체에 또 다른 타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조치는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이 1단계 합의를 최종 타결하기 위한 밀고 당기기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다만 FCC는 이번 조치는 미중 무역 협상과는 별개라도 밝혔다.
이번 조치와 별도로 미 상무부는 앞서 지난 5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화웨이를 이른바 제재 리스트에 올려 미 기업이 화웨이와 거래하려면 정부의 별도 승인을 받도록 했다. 다만 미 소비자들의 불편 최소화를 이유로 거래제한 조치의 적용을 그동안 90일씩 총 3차례에 걸쳐 유예해왔다.
미 상무부는 ZTE에 대해서도 지난해 4월 대북 및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는 제재를 단행했다가 벌금 부과 조치 등을 통해 약 3개월만인 같은 해 7월 제재를 해제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8월에는 국방수권법에 따라 화웨이와 ZTE를 포함한 5개 중국업체의 장비구입에 연방 재원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바 있다.
lkw77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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