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망명 신청한 왕리창, 홍콩·대만 공작 참여 주장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의 한 스파이가 중국 정보기관이 홍콩과 대만 등에서 벌인 공작에 대한 정보를 호주에 제공하고 망명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중국 측은 이 남성이 수배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24일 AP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시드니모닝헤럴드 등 호주 언론은 중국 스파이 왕리창(王立强)이 호주에 망명 신청을 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왕씨는 홍콩과 대만, 호주에서의 활동에 대한 세부 정보를 호주 정보기관에 제공했다
또 홍콩에 있는 중국군 고위 정보 장교들의 신원을 포함한 기밀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중국 여권과 홍콩 영구주민신분증을 비롯해 위조 한국 여권도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왕씨의 자술서에 따르면 그는 2015년 홍콩에서 반정부 도서를 팔던 서점 업자 리보를 중국 본토로 납치하는 데 관여했다.
또 그는 홍콩의 대학 학생회 등에 침투하고 홍콩 반정부 인사에 대한 폭행과 사이버 공격을 가하는 데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보기관이 겉으로 내세운 한 기업의 사업가로 위장했다고 설명했다.
대만에서는 지난해 지방선거에 개입했고 내년 1월 총통 선거에서 중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의 재선을 막으려 했다고 진술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가짜 한국 여권을 이용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해 8월 이후 차이 총통의 민진당을 공격하기 위해 20개 이상의 언론사와 인터넷 업체, 소셜미디어 계정 20만개가 만들어졌으며 15억위안(약 2천500억원)이 대만 언론사에 지급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씨는 지난해 선거에서 친중 성향인 국민당의 한궈위(韓國瑜) 후보에게 2천만 위안(33억원)을 기부하는 데 관여했다는 진술도 했다.
그러나 차이 총통과 대선에서 맞붙은 한궈위 후보는 "중국공산당으로부터 한 푼이라도 받았으면 총통 선거에서 사퇴할 것"이라고 강력히 부인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 국가안전국 등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측은 왕씨가 스파이가 아닌 수배자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상하이 공안국은 왕씨가 푸젠성 출신의 26세 남성으로 무직이며 사기 혐의로 수배 중이라고 밝혔다. 또 왕씨가 2016년 허위 투자 프로젝트로 460만위안을 가로챈 혐의로 징역 1년3개월과 집행유예 1년6개월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고 말했다.
왕씨는 4월에 아내와 아들이 있는 호주에 입국했다. 그는 자신이 중국으로 돌아가면 죽은 목숨이라면서 정치적 망명을 요청했다.
왕씨의 주장은 아직 사실 여부가 제대로 확인되지는 않았다.
호주 당국도 조사 중이다. 조시 프라이덴버그 호주 재무장관은 기자들에게 왕의 주장이 "매우 우려스럽다"면서 관련 법 집행 당국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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