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정부가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의 결집력을 와해하려고 인터넷을 이용해 '교묘한' 통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란 정부는 15일(현지시간) 밤부터 반정부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격렬하게 벌어지자 16일 오후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다.
인터넷 차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외국 사이트가 주된 표적이었다. 시위가 조직되고 다른 곳의 상황을 공유하면서 시위가 동력을 얻는 '사이버 통로'를 선제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거리에서는 군경이 시위대를 강경 진압하고 대대적인 체포 작전을 병행했다.
이란 보안 당국은 2017년 12월 말 반정부 시위가 거셌을 때도 인터넷을 통제했지만 당시엔 이란에서 가장 많이 쓰는 메신저 앱 텔레그램만을 차단하고 통신 속도를 늦췄을 뿐 이번처럼 통째로 막지는 않았다.
인터넷 차단은 1주일이 지난 23일 오후에서야 해제됐다.
그러나 이란 보안 당국은 집이나 사무실 같은 실내에서 사용하는 유선 비대칭 디지털 가입자 회선(ADSL)망만 허용하고 스마트폰 무선 인터넷은 계속 차단했다.
24일 오전에도 실외에서 스마트폰으로는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
이를 두고 이란의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 "이란 정부는 국민에게 '변화와 인터넷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거리에 나와 구호를 외치는 대신 집에서 인터넷을 이용하려는 사람도 상당히 많을 것이다"라고 적었다.
익명을 요구한 테헤란의 정치 평론가는 연합뉴스에 "이란은 종교적 율법때문에 젊은 층이 즐길만한 문화가 부족한 탓에 인터넷에 크게 의존한다"라며 "이란 정부는 일주일간 인터넷을 끊어 이에 대한 갈증이 최고조에 달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이란은 속도가 빠르고 접속이 안정적인 일부 인터넷 서비스를 제외하면 한 달 인터넷 사용료가 한화로 치면 5천원이 채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아 어려운 경제 형편에도 인구의 70% 이상이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이 정치평론가는 "정부는 시위에 주로 참여하는 젊은 층에게 '인터넷을 쓰려면 거리로 나가지 말고 집에 붙어 있어라'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다"라며 "인터넷을 부분 해제한 것은 반정부 시위가 공권력의 통제권 안에 있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라고 논평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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