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탐사기자 피살 사건 2년만에 진실 드러나나…수사 주목

입력 2019-11-25 02:29  

몰타 탐사기자 피살 사건 2년만에 진실 드러나나…수사 주목
경찰, 중간책 용의자·유명 기업인 잇단 체포…경제장관도 조사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지중해 작은 섬나라 몰타가 2년 전 발생한 탐사보도 기자 피살 사건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베일에 가려진 범행 배후가 드러날지 관심이 쏠린다.
이 사건은 블로그를 통해 정치권이 연루된 각종 부정부패를 폭로해오던 탐사 전문 기자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사망 당시 53세)가 2017년 10월 몰타 북부의 자택 인근에서 폭사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는 언론인이 피살되는 일이 좀처럼 드문 유럽에 큰 충격파를 안겼고, 진상 규명 목소리도 거셌다.
몰타 당국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했지만 좀처럼 실체에 접근하지 못했다. 사건 발생 두 달 뒤인 2017년 12월 암살을 실행한 혐의로 몰타 남성 3명이 체포·기소됐으나 지시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2년여가 지난 지금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몰타 최대 거부 가운데 하나인 유명 기업인 요르겐 페네치가 지난 20일 새벽 몰타 경찰에 체포되면서 이목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고급 요트를 타고 몰타 해역을 벗어나려던 도중 붙잡혔다.
이는 조지프 모스카트 총리가 역시 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는 또 다른 '중간책' 용의자에 대해 암살 지시자를 실토하면 법적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지 하루 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범행 실행 과정을 잘 아는 것으로 보이는 이 용의자와 수사당국 간 모종의 거래 또는 교감이 있지 않았을까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갈리치아는 죽기 8개월 전 페네치가 두바이에 설립한 '17 블랙'이라는 정체불명의 회사가 몰타의 고위 정치인들과 유착 관계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에너지부터 호텔까지 광범위한 사업 영역을 둔 재벌가 출신인 페네치는 돈세탁과 마약 등 혐의 등에 대해서도 조사를 받고 있다고 AFP 통신 등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특히 페네치는 형사 책임 면제 등을 조건으로 해당 사건에 대해 아는 바를 얘기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현지 언론과 수사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플리바게닝'을 요청했다는 것인데, 이는 그가 어떤 식으로든 사건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몰타 경찰은 또 23일 크리스 카르도나 경제부 장관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도나 장관은 조사에서 갈리치아 피살 연루설을 전면 부인했다고 한다.
카르도나 장관 역시 부정부패 의혹과 관련해 갈리치아의 블로그에 자주 언급된 인물이다. 갈리치아는 그가 해외 출장 중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도 제기한 바 있다.
lu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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