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호주의회에 '간첩의원' 심으려 했다" 호주정보당국 확인

입력 2019-11-25 10:32   수정 2019-11-25 14:24

"中, 호주의회에 '간첩의원' 심으려 했다" 호주정보당국 확인
"中공작원이 출마하라며 9억원 전달" 신고한 인물 의문사
호주의회 "민주체계에 외국 영향력 행사하려는 국가차원 시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호주 정보 당국이 중국이 호주 의회에 '스파이 의원'을 심으려 한 정황을 잡고 조사 중이라고 AFP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주 방송 나인네트워크의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은 중국이 한 호주 사업가에게 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대가로 1백만 호주 달러(약 8억9천만원)를 건넸다는 의혹을 이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럭셔리 자동차 딜러인 보 자오(32)는 중국 정보 요원들이 자신에게 이 같은 제안을 했다고 작년 호주안보정보원(ASIO)에 신고했다.
그는 올해 3월 한 모텔 방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그의 사망 원인을 아직 밝히지 못했다.
마이크 버지스 호주안보정보원(ASIO) 원장은 이례적으로 방송이 나간 직후에 성명을 내 ASIO가 해당 사안을 인지하고 있으며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건 관련 추가 언급을 피하면서도 "적대적인 외국 정보 활동이 호주와 안보에 실질적 위협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앤드루 해스티 호주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의혹에 대해 "단순히 돈을 받고 부탁을 들어주는 차원의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 국민을 외국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요원으로 만들어 의회에 침투시키고 우리 민주주의적 체계에 영향을 미치려는, 국가적 후원을 받은 시도"라고 우려를 표했다.

호주는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 안보동맹의 핵심국 가운데 하나다.
특히 호주는 미국,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와 함께 구성된 서방 5개국 정보협의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의 일원으로서 기밀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서방, 특히 미국과 세력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국 정보 당국이 호주를 겨냥해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해당 보도가 나오기 하루 전인 지난 23일 현지 언론은 왕리창(王立强)이라는 중국인 스파이가 홍콩에 있는 중국군 고위 정보 장교들의 신원과 이들이 홍콩, 대만, 호주에서 벌인 활동에 대한 세부 정보를 ASIO에 제공하며 호주 당국에 망명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왕씨가 스파이가 아닌 수배자라고 반박했지만, 호주에서는 그의 망명 신청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앞서 지난 22일에는 덩컨 루이스 전 ASIO 원장이 중국이 스파이 행위를 통해 호주의 정치 체계를 은밀하게 장악하려 한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은 또한 올 초 호주 의회와 주요 정당 3곳을 겨냥해 사이버 공격을 벌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AFP는 중국이 호주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young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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