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동남아 26개 도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지원 경쟁

입력 2019-11-25 10:31   수정 2019-11-25 10:43

미·중, 동남아 26개 도시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지원 경쟁
미, 작년 11월 지원 밝힌 데 이어 중국도 최근 약속
전문가 "동남아, 중국의 확대된 역할을 기정사실로"

(서울=연합뉴스) 정재용 기자 =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를 놓고도 경쟁하고 있다.
아세안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역내 26개 도시의 스마트화를 목표로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를 출범했다.


이 프로젝트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토대로 미래형 도시를 구축해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팽창으로 야기되는 문제들을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며, 태국의 방콕, 미얀마의 양곤 등 아세안의 주요 도시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하천오염과 질병 퇴치에서부터 과세 및 범죄율 하락 등 다양한 문제들을 대처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용한다는 목표를 세워 놓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 의사를 먼저 밝힌 나라는 미국이다.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해 아세안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지원 의사를 밝혔다.
펜스 부통령은 아세안의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투자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면서 1차로 1천만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다.
이어 중국도 지난달 아세안 스마트시티 네트워크를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5일 보도했다.
아세안 국가들은 세계 1, 2위의 경제 대국이 잇따라 스마트시티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브라이언 하딩 연구원은 "지리적으로, 동남아는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의 심장부에 놓여 있다"면서 아세안의 스마트시티 프로젝트 지원 의미를 설명했다.
하딩 연구원은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봉쇄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과 경쟁할 방안을 찾고 있다"면서 "동남아 국가들을 미국의 규범과 기준에 따라 우호적인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TP)에서 탈퇴하면서 동남아 지역에 대한 영향력이 퇴조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동남아 지역에 대한 중국의 상대적인 영향력이 커지자 미국은 지난해 7월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막대한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중국 견제에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와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잇따라 불참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투자 약속을 회의적인 시각에서 보는 전문가들도 상당수다.
싱가포르 싱크탱크인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모에 투자르 연구원은 "동남아는 이미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여가 퇴조하고 있다고 본다"면서 "중국의 확대된 역할을 실체로 받아들이는 듯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이 연구소가 아세안 전문가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45%가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정치적, 전략적으로 영향력이 큰 나라로 중국을 꼽았지만, 미국을 꼽은 응답자는 30%에 머물렀다.
특히 가장 큰 경제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를 물은 설문에는 응답자의 73%가 중국을 선택했으며, 미국을 꼽은 응답자는 8%에 불과했다.
jj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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