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 여성살해·폭력 근절대책…남편·동거남의 '심리적 학대' 처벌규정 명시
의사가 가정폭력 징후 환자 접할시 '비밀유지 의무' 해제방안도 마련키로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정부는 '국제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인 25일(현지시간) 남편이나 동거남, 애인에 의한 여성 살해와 폭력을 막고 보호조치를 강화하는 내용의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프랑스는 여성의 자살 요인이 되는 동거남·남편 등의 '심리적 학대' 관련 처벌 규정을 명시하고, 의사가 여성 환자의 가정폭력 징후를 포착했을 때 이를 당국에 용이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이런 내용의 여성폭력 방지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먼저 현재 프랑스 전국의 경찰에 현재 271명인 여성 상대 폭력사건 전담관을 2년 안에 80명 증원하기로 했다.
부인이나 여자친구, 동거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전력이 있는 남자들에 대한 피해자 접근금지용 전자발찌도 도입해 내년에 1천개를 교정 당국에 보급한다.
남편이나 동거남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프랑스 정부는 형법과 관계 법령에 '심리적 학대' 개념을 명시해 처벌 근거를 보다 명확히 하기로 했다.
또한, 의사가 진료 중 알게 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을 엄격히 금하는 현행 의료법을 일부 개정하기로 했다.
의사가 가정폭력이나 데이트폭력의 피해 징후가 있는 여성 환자를 알게 됐을 때 이를 의료기밀로 규정한 법에 저촉되지 않고 당국에 용이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프랑스 정부는 의사협회와 세부 협의에 착수했다.
아울러 가정폭력 전과가 있는 남자가 자녀의 양육권을 가져가는 일이 적지 않다고 보고 법 개정과 사법행정 개선을 통해 이를 바로잡기로 했다.
중·고교에서도 가정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갖도록 하는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프랑스 집권당인 레퓌블리크 앙마르슈(LREM·전진하는 공화국)는 정부가 이날 발표한 40여개 대책을 법제화한 법안을 마련해 내년 1월 하원에 제출할 계획이다.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가정폭력 긴급 신고번호인 '3919'를 통해 매일 전국에서 600건의 신고가 들어오고 있다면서 "신고를 한 여성의 절반이 집을 떠나고 싶어한다"면서 내년 1월에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보호소를 전국 1천곳에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도 여성에 대한 남편이나 애인 등의 폭력과 살해 사건은 심각한 사회문제다.
공영 AFP통신 집계에 따르면,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프랑스에서 남편이나 동거남, 전 애인으로부터 살해당한 여성은 117명에 이른다. 가정폭력 또는 데이트폭력에 노출된 프랑스 여성은 매년 22만명에 이르며, 사흘에 한 명꼴로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프랑스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종합대책 발표를 이틀 앞둔 지난 23일 파리 등 전국 30여개 도시에서 여성살해와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고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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