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 토스카나주(州)의 산세폴크로 지역에 있는 400년 역사의 파드리 카푸치니 수도원.
산 중턱에 안기듯 자리 잡아 토스카나의 아름다운 전원 풍경을 내려다보는 이 유서 깊은 수도원은 지난 수십 년간 버려지다시피 방치됐다가 2015년 베네딕트 수도회에 배정되면서 제모습을 되찾았다.
이후 지역사회에 생기를 불어넣으면서 주민들의 안식처로서 기능해왔다.
수녀들은 올리브와 과일 등을 재배하고 수도원 내 많은 방을 순례자들을 위한 보금자리로 내놨다.
수도원 내 넓은 공간은 세례성사 등의 종교 활동과 결혼식 장소로 활용됐다.
이처럼 수도원과 지역사회가 한데 어우러진 데에는 마리아 테레사 수녀의 공이 컸다.
올해 40살인 테레사 수녀는 넘치는 에너지로 수도원을 지역사회의 '허브'로 만들었다는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이 수도원은 어렵게 문을 연 지 4년 만에 최근 다시 폐쇄되는 운명에 놓였다.
테레사 수녀가 지역의 한 남성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다.
이 일로 그는 수도원을 떠나게 됐고, 수도원은 어쩔 수 없이 문을 닫는 것으로 결정됐다.
올해 80세의 연로한 수녀와 신참 수녀 2명 등 나머지 3명이 수도원을 유지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25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테레사 수녀는 "수도원이 문을 닫게 돼 사람들도 울고 나도 울었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그가 자발적으로 수도원을 떠난 것인지, 아니면 가톨릭 교계 상층부의 언질이 있었는지는 명확지 않다.
이와 관련해 테레사 수녀는 "내가 지금 겪는 고통은 평생 나에게 상흔이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교회와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길 원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만 말했다.
특히 "이번 일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밝혀 내막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수도원을 관할하는 교구는 테레사 수녀의 운명이 교황청에서 결정됐다는 입장이다.
아레초교구의 리카르도 폰타나 주교는 테레사 수녀가 수도원을 떠난 것은 자기 뜻이 아니라면서 교황청의 개입이 있었고 거기서 모든 일이 마무리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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