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8개국 참가자 쌀요리 경연…발효식품 포럼 "醬은 한국 음식의 정수"
(서울=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째깍째깍' 줄어드는 시간을 보여주는 모니터 앞에 늘어선 손들이 바빠졌다. '탁탁탁탁' 테이블마다 놓인 형형색색의 식재료를 다듬는 칼질 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묘한 긴장감이 실내를 채웠다.
26일 오전 서울 청계천에서 열린 이 행사는 태국·필리핀·미얀마 등 동남아 8개국에서 온 참가자들이 한식(韓食) 실력을 겨루는 콘테스트다.
대회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기념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한식진흥원 주최로 열렸다. 주제는 '쌀을 이용한 한식요리'. 쌀을 주식으로 하는 한-아세안 국가의 공통 음식문화를 조명해 화합의 의미를 더했다.
행사에는 각국 예선에서 우승한 '실력자'들이 참가해 손맛을 뽐냈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온 니나 리지 카예 팀볼 씨는 갈고 닦은 궁중떡볶이를 선보였다.
팀볼 씨는 익숙한 도마질로 당근과 계란 지단 등을 썰어나갔다. 어느새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손질된 재료들이 가득 쌓였다.
굳게 닫은 입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졌지만, 그는 중간중간 인덕션 위에서 팔팔 끓고 있는 육수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온 카듄 씨는 비빔밥에 도전했다. 고명으로 올릴 소고기를 볶는 프라이팬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솔솔 흘러나왔다.
카듄 씨는 "비빔밥은 컬러풀한 색감이 매력적"이라며 "매일 채소를 챙겨 먹기 쉽지 않은데, 한데 섞여 있어 아이들에게 먹이기도 좋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태국에서 온 아리사라 라벨리 씨는 싱싱한 채소와 불고기를 어우른 쌈밥을 준비했고, 싱가포르 출신 수하르티 빈티 후세인 압둘라 후인 씨는 건강식인 단호박 밥을 만들었다.
라벨리 씨는 "우리 집은 쌀농사를 짓는데, 햅쌀로 지은 밥의 행복함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쌈밥은 한국에서는 평범한 요리이지만, 밥을 싸서 먹는 재미가 독특했다"고 말했다.
수하르티 씨는 "김치볶음밥이나 비빔밥처럼 잘 알려진 한국 요리 말고 다른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싱가포르에도 호박을 이용한 요리가 있어 익숙했기에, 두 나라의 요소를 섞은 요리를 선보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요리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판정단의 심사도 시작됐다.
심사위원단은 각 테이블을 돌며 위생, 조리 과정, 재료 준비, 맛, 주제와의 연관성, 요리의 난이도 등을 꼼꼼히 살폈다.
이날 우승의 영광은 영양밥과 고등어구이 등을 차린 말레이시아의 아질리아나 라쉬다 빈티 압드 라하만 씨에게 돌아갔다.
한식 콘테스트에 이어 오후 서울 서초구 aT 센터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발효 문화를 조명하는 '2019 한-아세안 발효음식문화 포럼'이 열렸다.
신동화 한국식품산업포럼 회장은 '발효식품의 재조명 - 현재 그리고 미래 전략'을 주제로 발효식품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고, 발효 식품 현황을 전했다.
우리나라 주제 발표자로는 정혜경 호서대 교수가 나서 '장 문화의 문화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미래비전'을 주제로 발표했다.
이어 ▲ 후 지역의 전통 발효식품 - 현대 요리에서의 가치와 유산, 지속성(베트남) ▲ 태국의 토착 발효 콩, 투아나오의 가치와 식품 트렌드(태국) ▲ 인도네시아 발효음식 템페의 아름다움(인도네시아) ▲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발효음식과 식문화의 이해(말레이시아) 등 발표가 이뤄졌다.
종합 토론에서는 박상미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 심사기구 의장이 좌장을 맡았다.
정혜경 교수는 "한국인의 밥상은 채식에 기반한 음식 문화와 발효 음식 문화가 특징"이라며 "한국의 장(醬)은 이를 가능케 한 한국 음식문화의 정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장은 콩을 삶아 소금으로 버무린 것을 자연에 있는 미생물이 분해해 만든 것"이라며 "우리만의 토양과 기후가 만들어낸 콩과 한반도에서 사는 미생물의 분해 작용이 한국의 독특한 장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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