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남학생 546명 성적 학대" 폭로한 사회 활동가 구금

입력 2019-11-26 12:00  

"아프간 남학생 546명 성적 학대" 폭로한 사회 활동가 구금
일부 지역서 '바차 바지' 악습 이어져…피해자가 비판받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의 남학생 최소 546명이 성적 학대를 받았고, 이 중 일부는 살해당했다고 폭로한 시민사회 활동가 두 명이 정보기관에 구금됐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는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활동가 무사 마흐무디와 에사눌라 하미디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고 AP통신과 AFP통신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프가니스탄 일부 지역에서는 나이 든 남성이 소년을 여장시키고 성적 노리개로 삼는 '바차 바지'(bacha bazi)라는 악습이 이어지고 있다.
영어로 하면 '보이 플레이'(boy play)라 불리는 이 행위는 아프간에서 권력자의 위상을 과시하는 상징처럼 여겨졌다.
무사와 에사눌라는 이달 초 영국 가디언지를 통해 "아프가니스탄 로가르주의 6개 학교 남학생 최소 546명이 학교장, 교사, 지방 공직자, 학교 선배 등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들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이 지역 남학생들이 성적 학대를 당한 동영상 100개를 발견하고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진상조사를 벌였다.
이들은 "우리가 만난 피해자들은 14∼20세 남학생들"이라며 "학대가 광범위하게 이뤄졌기에 수천 명이 피해자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은 "학교장이 도서관에 개인 방을 만들어놓고 방과 후나 주말에 남학생을 불러 성추행했다"고, 다른 학생은 "시험에서 낙제점을 받자 선생님이 성 접대를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들은 심지어 자신이 성폭력을 당하는 동영상이 SNS에 유포되지 않도록 가해자에게 돈을 주려고 마약판매 등 불법행위까지 해야 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무사와 에사눌라는 SNS 동영상을 통해 얼굴이 공개된 피해 남학생 중 5명이 가족 등으로부터 살해당했다고 주장했다.
아프가니스탄 사회 분위기상 가해자를 처벌하기보다 피해자들이 가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비판받는 실정이다.
아프가니스탄의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단체인 '올 서바이버즈 프로젝트' 관계자는 "피해 소년들은 가장 소외 계층 출신이라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며 "그들을 대신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무사와 에사눌라는 이번 사건을 폭로한 뒤 '로가르주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살해 협박과 함께 정보기관의 감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카불에서 유럽연합(EU) 대사를 만나러 가던 중 아프간 국가안보국(NDS)에 체포됐다.
앰네스티는 "당국은 끔찍한 범죄를 거리낌 없이 밝힌 무사와 에사눌라를 처벌할 것이 아니라 칭찬해야 한다"며 석방을 촉구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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