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덩이' 전락 캐리 람…사임 압력 속 거취에 시선집중

입력 2019-11-26 14:09   수정 2019-11-26 17:18

'골칫덩이' 전락 캐리 람…사임 압력 속 거취에 시선집중
선거 압승 야당 사임 압력 거세지고 친중파도 '자중지란'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모든 눈이 캐리 람을 향해 쏠려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6일 친중파의 궤멸적 패배로 이어진 구의원 선거 이후 홍콩에서 캐리 람 행정장관의 거취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의원 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야권은 람 장관의 사임 요구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번 구의회 선거에서 가장 많은 91명의 당선자를 내 지방의회 의석 기준 1당으로 올라선 민주당의 우치와이(胡志偉) 대표는 "람 장관이 사임, 내각 개편, 독립적인 조사위 발족 등 당장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압박했다.
범민주 압승 후 홍콩 이공대 시위 현장…경찰이 달라졌다? / 연합뉴스 (Yonhapnews)
우 대표는 정부가 계속 시위대의 핵심 요구를 외면하면 사람들은 평화적인 표현 방식에 관한 신념을 잃고 다시 대립이 격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친중파 정당들도 정치적 부담으로 전락한 람 장관과 노골적인 거리 두기에 나섰다.
홍콩 시민들의 분노가 집중된 람 장관을 계속 끌어안고 가다가는 내년 입법회 의원 선거 등에서도 참패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친중파 정당 중 하나인 신민당의 레지나 입(葉劉淑儀)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가 정부에 대한 압도적인 불만을 드러냈다면서 더는 '고무도장' 역할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번 선거에서 신민당 후보 28명은 한 명도 당선되지 못하고 '전멸'했다.
SCMP는 "거대한 손실을 본 친중파 진영은 베이징에 그녀(람 장관)를 축출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빈과일보는 전날 홍콩 건제파 정치인들 사이에서 "이번 선거가 인재"라면서 람 장관을 원망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레이 옙 홍콩도시대학 교수도 SCMP에 "중국은 (홍콩 정책을) 조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 가장 좋은 방법은 람 장관이 내려오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홍콩 시위대와 야권의 핵심 요구를 하나씩 수용할 경우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통제력이 급속도로 약해질 수 있다.
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이 람 장관을 어떤 식으로든 물러나게 할지는 아직 예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은 이번 선거 직후에도 람 장관 지지 의사를 다시 한번 명확히 피력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선거 참패에 따라 람 장관의 직위를 재검토할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의 입장은 매우 명확하다"면서 "중국 중앙정부는 람 장관이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를 이끌고 법에 따라 통치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람 장관도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홍콩 정부는 선거 결과를 존중해 앞으로 시민들의 의견에 겸허하게 귀를 기울이고 진지하게 반영할 것"이라면서 직무를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2017년 7월 취임한 캐리 람 장관의 임기는 2022년 6월까지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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