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GS·대림 등 건설 3사 "법대로 했는데 당혹…조합 결정 따를 것"
재입찰 대신 사업제안 재제출받을 듯…건설사 위법판결시 2년 입찰제한 부담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홍국기 기자 = 국토교통부와 서울시가 용산구 한남3 재개발 구역의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불거진 과열 수주전에 철퇴를 내리면서 재개발 조합과 입찰에 참여한 3개 대형 건설사들은 당혹해하고 있다.
사업제안 내용을 전면 수정하거나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재입찰에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26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한 현대건설[000720]과 GS건설[006360], 대림산업[000210] 등 3개 사에 대해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보고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이와 함께 이들 건설사가 제시한 사업조건은 '입찰무효'가 될 수 있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용산구와 조합에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국토부는 재산상의 이익 등을 제공한 시공사의 불법이 법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시공사의 제안을 받아들인 조합도 처벌받는 양벌규정이 있는 만큼 조합도 입찰무효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합이 만약 정부의 시정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현재의 사업조건 그대로 시공사 선정을 진행할 경우 도정법에 따라 정부 직권으로 시공사 선정을 취소할 것"이라며 "이 경우 조합도 벌금 등의 처벌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입찰을 전면 무효로 할지는 조합의 재량에 달려 있다.
조합이 입찰을 무효화하는 대신 법 위반 소지가 있는 조항은 제외하고, 이들 3사로부터 사업조건을 다시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앞선 일찰을 무효 처리하고 재입찰을 진행하는 것에 비해 시공사 선정 지연 등에 따른 사업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행 사업조건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시정조치를 내린 만큼 해당 건설사들이 위법사항이 없는 사업조건을 다시 제시해 입찰을 진행한다면 그에 따른 시공사 선정은 유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남 3구역 재개발 조합은 일단 이달 28일로 예정된 건설 3사 합동설명회는 예정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조합원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을 강행할지 여부는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이 28일 열리는 시공사 합동설명회에서 정부의 시정조치 등에 대해 설명하고, 사업조건을 다시 제출할 것을 제안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며 "이 경우 검찰 수사에 따른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시공사 선정이 이뤄지면 해당 계약은 유효하다"고 말했다.
최근 시공사 선정을 입찰을 무효화하고 재입찰에 들어간 은평구 갈현1구역도 한남3구역에 참여한 GS건설이 만약 법 위반 판결을 받기 전에 시공사로 선정되면 시공권이 유효하다.
갈현1구역은 지난 13일 조합이 진행한 시공사 재선정입찰 현장설명회에 GS건설,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3개 사가 참여했다.
다만 앞서 시공사 입찰에 참여했다가 입찰 무효 처리된 현대건설이 법원에 조합 대의원회 의결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신청한 상태여서 가처분 판결이 변수다.
정부의 이번 제재로 한남3구역의 시공사 선정은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조합이 3개 사의 입찰을 무효처리하고 납부한 입찰 보증금 4천500억원을 몰수하는 결정을 내리면 대규모 소송전이 불가피하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조합이 입찰 조건 등을 문제삼아 보증금을 몰수한 경우 건설사는 민사소송을 걸 수밖에 없고, 이 경우 건설사가 지연 이자까지 쳐서 되돌려받는 경우가 많았다"며 "조합이 소송전으로 사업 장기화를 각오하면서까지 보증금 몰수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GS·대림 등 3개 건설사는 조합의 결정을 지켜보고, 그에 따라 대응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한남3구역 조합은 이날 시공 3사 수주 담당을 불러 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비담당 임원은 "시공사 선정에 대한 법 규정이 까다로워져 충분한 법리 검토를 거쳐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유감"이라며 "앞으로 검찰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소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남3구역 참여 건설사 입장에서는 국토부가 의뢰한 검찰 수사 결과가 더 문제다.
검찰 수사 결과 법을 위반한 것으로 최종 판결이 내려지면 해당 건설사는 앞으로 2년간 정비사업 시공사로 참여하지 못하게 되는 중형을 받는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132조에서는 추진위원, 조합 임원 선임 또는 시공사 선정에 따른 계약 체결과 관련해 금품, 향응 또는 그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공받거나(또는 하거나) 제공의사를 표시·약속·승낙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이러한 '재산상의 이익'을 약속한 건설사에 대해서는 공사비의 20%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시공사 선정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하는 처벌 규정이 있다.
국토부는 GS건설이 3.3㎡당 7천200만원의 일반분양가를 보장해주겠다고 제시한 조항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고, 인허가 관청의 승인의 있는 경우'라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어 심각한 법 위반 소지는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3개 사가 공통으로 제안한 조합원 사업비 전액 무이자 대여 부분은 건설사가 금융비용을 실질적으로 대납하는 경우로 판정되면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한 것이어서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품·향응 등으로 제공한 재산상의 이익이 3천만원 이상이면 2년간 정비사업에 대한 입찰 참가 제한이 가능하다"며 "처벌이 내려진 건설사는 앞으로 2년 간 정비사업 수주가 불가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서울시는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이 생활형 적폐로 규정된 만큼 검찰과 법원이 최대한 판결을 서두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이번 한남3구역 특별점검 결과로 인해 앞으로 정비사업 수주 관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 건설사 입장에서도 과도한 사업조건을 제시하는 과열경쟁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조합이 이러한 점을 악용해 입찰보증금 몰수 등의 빌미로 삼는다면 소송전으로 번질 수 있고, 정비사업 추진도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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