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러시아 극동 최대 향토박물관 얼굴은 고구려 후예 '발해'

입력 2019-11-29 08:00  

[르포] 러시아 극동 최대 향토박물관 얼굴은 고구려 후예 '발해'
"연해주 역사의 핵심독립국"…각종 문화재로 옛 대국 숨결 그윽
박물관 "고증에 한국 도움 필요"…연해주정부 곧 발해성터도 복원



(블라디보스토크=연합뉴스) 김형우 특파원 = "발해는 중국에 파괴된 고구려 터를 기반으로 7세기 건국됐다. 훗날 동해안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가 됐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도심 중심부에 있는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이 한글로 발해를 소개하며 사용한 첫 문장이다.
극동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러시아 향토박물관이 발해에 쏟은 애정은 상상을 초월했다.
박물관의 얼굴이라 볼 수 있는 1층 첫 전시실의 주제가 다름 아닌 발해였다.
불교 조각상이나 청동거울 등 발해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유적들이 박물관 1층 전시실 곳곳에 터줏대감처럼 자리를 잡고 있었다.
발해는 698년 건국해 926년 소멸한 나라다. 한반도의 역사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국가다.
발해는 별도의 행정구역(5경·15부·62주)을 두고 오랜 기간 독자적인 문화·경제·정치체계를 발전시켰다.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은 발해의 영향권 아래에 있던 지역을 연해주와 한반도 북부, 만주 일대라고 소개했다.
역사적으로 고유하고 독자적인 행정체계를 갖추고 연해주에 처음 뿌리를 내린 국가가 바로 발해인 셈이다.
러시아 연해주 정부가 발해 연구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초창기부터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은 발해를 연해주 역사의 가장 중요한 전시 코너로 내세워왔다.


연해주정부는 최근 발해 연구에 더욱 관심을 쏟고 있다.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 측은 발해의 옛 성터가 있던 지역을 발굴, 요새촌을 세우는 프로젝트를 연해주 정부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야쿠포프 막심 박물관 발해전시관 책임자는 "주 정부와 공동으로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내년이면 본격적으로 발굴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성터는 블라디보스토크 도심에서 92㎞ 떨어진 연해주 쉬코톱스키 스테클랴누하 마을 가운데에 있다.
1980년대 이미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 등이 학술작업을 거쳐 발굴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이 성은 9만㎡에 달하는 평지성이다. 성 주변은 흙으로 쌓인 높이 4∼5m 정도의 성벽이 존재한다.
비교적 4개의 성문이 잘 남아있다. 성터 주변에 대한 개발이 이뤄지지 않아 보존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규모로 봐 발해의 마을급 소재지였을 것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발굴 및 복원 과정에서 고증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한국에도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아르세니예프 향토박물관 측은 밝혔다.
연해주 정부 등이 요새촌을 세우는 배경에는 한국인 관광객 급증이라는 경제적 요인도 자리를 잡고 있다.
오성환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들어오는 한국인 관광객이 급증, 올해 3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며 "요새촌 설립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면 어느 정도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연해주 정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vodcas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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