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시한 인위적·도발 말라" 경고에도 北발사…속내 복잡한 美

입력 2019-11-29 02:18   수정 2019-11-29 06:53

"연말시한 인위적·도발 말라" 경고에도 北발사…속내 복잡한 美
北, 비건 직접 경고·'연합공중훈련 연기 화답' 에스퍼 요청에도 압박행보 계속
美, 탄핵정국 속 北 '시위' 강도 강화 추이 주시…NYT "한쪽이 오판할 위험 고조"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도발하지 말라는 미국의 공개 경고에도 북한이 무력시위를 계속하며 '연말 시한'을 압박하면서 미국도 속내가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아직은 저강도 무력시위를 이어가고는 있지만 연말 시한을 전후로 대미 압박 강도를 크게 끌어올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실무협상 재개를 위한 출구 찾기에 고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 국무부는 28일(현지시간)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추정 발사체 발사에 대해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그 지역 동맹국과 긴밀히 상의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이 올해 들어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을 잇따라 발사할 때 내놨던 반응과 거의 같은 입장이다.
미 국무부는 최근 들어 북한이 연달아 연말 시한을 상기시키며 대미 압박성 논평을 낼 때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약속 진전에 계속 전념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했다.
북한의 압박행보에 미국 정부 차원에서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대화에 열려있다'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지난 20일 국무부 부장관 인준 청문회에서 북한의 연말 시한을 인위적이라 일축하면서 도발이 거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공개 경고한 상황에서 북한의 압박행보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미국에도 부담이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북한이 아직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적 도전으로 평가될 만큼 강도 높은 무력시위에 나선 것은 아니라 해도 북한이 머지않아 수위를 급속히 끌어올리며 강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 역시 협상을 통한 성과 확보가 절실하기 때문에 판을 아예 엎지는 않는 범위를 면밀하게 살피겠지만 탄핵정국 돌파에 몰두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한 압박이 될 수 있는 시점과 방법을 택할 개연성이 상당하다.
한미연합공중훈련 연기 카드까지 꺼내며 북한에 화답을 청한 미국의 입장이 더욱 난감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접근에 대한 미국 내 부정적 여론도 한층 커질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연말시한에서 탈출구를 차단하는 미묘한 게임을 하고 있고 미국은 탄핵 청문회에 사로잡혀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외교 공간이 제한되고 있다"면서 "이런 조합은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고 한쪽이 오판할 수 있는 위험을 고조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카드에 손을 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언급하던 시절로 복귀할 수도 있다고 예상하면서 북한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약속은 그대로 두고 영변 원자로 가동이나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미는 10월초 스웨덴 스톡홀름 실무협상이 결렬된 후 대화 신호를 주고 받으면서도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북한은 단계적 접근 요구를 넘어 핵실험 중단 등에 대한 값까지 받아내겠다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고 미국은 포괄적 합의를 위한 논의를 해나가자는 입장이다.
na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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