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이주열 "내년 수출·투자 개선되나 모멘텀 강하지 않아"

입력 2019-11-29 12:44  

[일문일답] 이주열 "내년 수출·투자 개선되나 모멘텀 강하지 않아"
이주열 "미중 분쟁 추가악화 않을 것이라는 전망 아래 경제 전망"



(서울=연합뉴스) 정수연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내년에 수출과 설비투자가 완만히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우리 경제의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2.3%)가 잠재성장률(2.5∼2.6%)을 밑도는 점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한 한은 금통위는 이날에는 금리를 연 1.2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또 "미·중 무역분쟁이 더 악화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며 "경제 전망을 하면서 이런 견해를 기본적인 시나리오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의 일문일답.
-- 올해 성장률은 2.0%로, 내년은 2.3%로 전망했다. 현재 한국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잠재성장률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국내 경기 흐름은 현재 바닥을 다져나가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앞으로 다소간의 등락은 있을 수 있으나 현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움직임을 보이다가 내년 중반부터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완화하고 IT 업황 개선 등에 수출과 설비투자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보면 우리 경제 성장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겠다.
-- 미중 무역갈등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 미중 무역분쟁 관련 불확실성이 최근에는 양국 간 1단계 협상 타결 여지가 생기며 상당 폭 완화했다. 앞으로는 미중 분쟁이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이번에 경제 전망을 하면서 이런 견해를 기본적인 시나리오로 설정했다. 예상대로 미중 무역분쟁이 완화한다고 한다면, 불확실성이 줄면서 투자 증대를 기대할 수 있겠고 글로벌 교역이 확대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수출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본다.
-- 반도체 반등 시점과 회복 정도는?
▲ 최근 메모리반도체 단가 하락세가 주춤하고 반도체 관련 선행지표, 반도체 제조용 장비업체의 매출 등이 개선되고 있다. 반도체 업황 관련 전문기관들은 최근 이런 추세를 고려해 내년 중반에는 반도체 경기가 회복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활황을 보였던 2018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복 정도는 강하지 않다고 해도 내년 중반에는 조금 나아지지 않느냐 하는 것이 관련 전문기관들의 예측이다.


--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는 문구가 삭제됐다.
▲ 중앙은행이 정책을 결정하고 나서 결정의 영향, 효과를 살펴보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다. 7월과 10월 두 차례 금리를 인하했고, 그 영향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야 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해당 문구를 넣었었다. 의결문에 금리 인하 효과를 본다는 표현이 들어가거나 빠지는 것이 향후 통화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을 시사하기 위함은 아니다.
-- 글로벌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나타난 투자행태 변화가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우려 나오고 있다.
▲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지속하면서 많은 나라에서 경제주체들의 수익 추구 성향이 높아지고 있고, 또 금융기관의 수익성은 저하되는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축적되는 데에 대한 우려가 높다. 실제로 초저금리 정책을 운용 중인 국가를 대상으로 해서 조사를 해본 결과 실제로 이러한 금융안정 리스크가 증대된 것으로 파악했다.
한국의 경우에도 최근 고위험금융상품에 대한 투자가 늘어나는 등 위험 선호 경향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그동안 정부에서 거시건전성 정책을 꾸준히 펼친 결과 현재로선 금융안정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 억제되고 있다.
다만 가계의 레버리지가 높고, 부동산 시장으로의 신용공급이 이미 크게 확대된 상황이라 부동산 또는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유입 확대 등에 금융 불균형이 심화할 가능성은 경각심을 갖고 살펴보겠다.
-- 주택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가계 심리가 커졌다.
▲ 최근 동향은 주택 매매가격이 비수도권에서는 하락세가 멈췄고 수도권에서는 오름세가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택가격상승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안정화를 위한 정부 정책 의지가 워낙 확고해 주택 매매가격 방향성에 대해 현시점에서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본다는 문구가 빠졌다. 이 문구가 빠진 이유가 두 차례 인하 효과를 이미 한은에서 판단했기 때문인가.
▲ 통화정책의 파급효과가 실물까지 나타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금리 인하의 단기적인 효과는 점검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
-- 최근 원화가 홍콩,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이슈에 영향받으며 변동성 확대했다. 환율이 통화정책 운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 우리나라와 같은 일종의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에는 환율이 국내 금리뿐만 아니라 대외여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금리정책을 할 때는 환율변동 그 자체보다도 그것이 국내금융과 경제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정책 운영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 호주중앙은행 총재는 양적 완화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한은법에는 유가증권매입, 국채매입 관련 조항이 있다. 법상 기반이 마련된 만큼 국채매입이 선택지가 될 수 있나?
▲ 현재는 어떤 특정 수단을 염두에 두지 않고 주요국에 도입된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폭넓게 살펴보는 단계다. 현재 우리 기준금리 수준이 아직은 금리정책으로 대응할 여력이 있는 수준이다. 금리 이외의 여타 수단 활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오해를 부를 수 있다.
-- 10월 이후 CD금리가 상승하는 모습이다.
▲ 최근 CD금리 상승해 기준금리와의 차이 확대됐다. 배경은 내년에 시행되는 신 예대율 충족시키기 위해 은행들이 일시적으로 CD 발행을 확대한 것이다. 은행의 자금이 부족해서는 아니다. 최근 콜시장을 보면 10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국내은행 간 콜금리는 일평균 1.23%로 기준금리 수준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 통화정책 방향문에서 올해 성장률이 2% 내외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것인가.
▲ 올해는 2%로 전망하고 있고 자세한 내용은 조사국에서 설명할 것이다.
js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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