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빛은 1초에 약 30만㎞를 달린다. 지구 일곱바퀴 반 거리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에서 빛보다 빠른 것은 존재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재빠른 행동을 묘사할 때 곧잘 쓰이는 빛의 속도, 광속이라는 표현은 아주 적절한 비유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빛의 속도가 충분히 빠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들으면 귀를 쫑긋 세울 법한 이 얘기는 항성 간 여행을 연구하는 우주 과학계가 아니라 게이머들로부터 나왔다.
구글이 이달 19일 미국 등 국가에 출시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스타디아'는 게임 조작 값을 서버로 보내고 서버로부터 화면을 전송받는 스트리밍 게임 방식을 채택했다.
그런데 스타디아를 시연해 본 게임 리뷰어들은 입력 지연 현상, 이른바 '인풋랙'을 공통으로 지적하고 있다.
1인칭 슈팅 게임(FPS) 등은 칼같이 빠른 움직임이 생명이다. 반응 속도를 1천분의 1초 단위(ms·밀리초)로 측정한다.
서부 총잡이처럼 총을 재빨리 꺼내 들어야 하는 순간에 옛날 국제전화 마냥 반 박자 쉬고 총집에 손을 넣는 게임 속 캐릭터를 보고 있노라면 총에 맞기 전에 화병부터 날 것이다.
이런 지연 현상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네트워크 품질 문제나 서버 성능 부족 등을 꼽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게임이 돌아가는 서버가 사용자로부터 멀리 떨어진 클라우드 게임의 특성상 '빛의 속도'로 왕복하는 시간이 체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진작부터 지적돼 온 한계다.
1초에 60프레임으로 돌아가는 게임은 한 프레임이 16.6ms 동안 지나간다. 그런데 빛은 지구를 한 바퀴 도는데 대략 133.3ms 정도가 걸린다.
상대성 이론 위에 지어진 현재 기술 수준에서의 해답은 서버를 최대한 촘촘히 짓는 것밖에 없다.
빛은 1만㎞ 떨어진 서울과 미국을 오고 가는 데 66ms가 걸리지만, 서울·부산 직선거리인 300㎞는 2ms 만에 왕복 주파한다.
그게 아니라면 현대 물리학을 뒤엎을 새로운 이론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양자 물리학이 적용된 컴퓨터를 가장 적극적으로 연구하는 기업도 바로 구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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