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기자 피살 후폭풍 속 몰타 총리 사임 결심"

입력 2019-11-29 23:57  

"탐사기자 피살 후폭풍 속 몰타 총리 사임 결심"
현지 언론 보도…내년 1월 총선 전망 거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2년 전 발생한 탐사기자 피살 사건으로 정치적 위기에 몰린 몰타 총리가 사임을 결심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몰타의 영어신문인 '타임스 오브 몰타'는 조지프 무스카트(45) 총리가 곧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측근에게 알렸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무스카트 총리는 이날 오전 대통령궁을 찾아 조지 벨라 대통령을 만났으며, 이 자리에서 이러한 뜻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무스카트 총리가 사건의 핵심 용의자로 지목된 요르겐 페네치가 살인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뒤 TV 담화를 통해 사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사정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무스카트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면 집권당인 노동당 당수 선출 절차를 거쳐 내년 1월께 새 총리를 뽑기 위한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때까지 크리스 펀 부총리가 총리 권한을 행사할지는 알려진 바 없다고 한다.
이러한 보도는 다프네 카루아나 갈리치아 기자 피살 사건을 둘러싸고 정치권 안팎에서 사임 압력이 거세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갈리치아(사망 당시 53세)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정치권이 연루된 각종 부정부패 의혹을 폭로해오다 2017년 10월 자택 인근에서 차량 폭발로 사망했다.



배후가 드러나지 않은 채 지지부진하던 경찰 수사는 지난 20일 새벽 몰타 최대 부호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유력 기업가 페네치가 체포되며 급물살을 탔다.
이후 내각의 핵심 인물들이 줄줄이 수사 선상에 오르며 사건은 정권 차원의 부정부패 의혹으로 확대됐다.
크리스티안 카르도나 경제부 장관이 23일 경찰 조사를 받았고, 무스카트 총리의 최측근이자 절친인 케이스 스켐브리 총리 비서실장도 26일 체포됐다. 콘라드 미치 관광부 장관 역시 경찰 조사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세 사람은 26일 일제히 사퇴 또는 업무 잠정 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덩달아 야당 등을 중심으로 무스카트 총리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졌다.
특히 무스카트 총리는 28일 오후 8시부터 장장 7시간에 걸친 비상 내각 회의 끝에 형사적 면책을 조건으로 사건 전모를 말하겠다는 페네치의 제안을 거부하기로 결정해 측근을 보호하고자 진실을 가린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2013년 3월 정권을 잡은 무스카트 총리는 높은 경제성장률과 낮은 실업률 등 비교적 건실한 경제적 번영을 이끌었다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부정부패, 정실인사, 환경 파괴 등의 오점을 남겼다는 부정적 평가를 동시에 받는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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