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직결 양팟값 폭등…GDP 성장률 2013년 1분기 이후 최저치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인도에서는 민심과 직결되는 양팟값이 폭등해 '양파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은 현금에는 손도 대지 않고 양파만 훔쳐 갔다.
게다가 경제성장 둔화도 가속돼 3분기 경제성장률이 4.5%로, 2013년 이후 분기별 성장률 최저치를 찍었다.
30일 인디아투데이 등 현지 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올여름 인도의 양파 생산지에 폭우가 내려 흉작이 들면서 공급 부족으로 양팟값이 작년 11월 ㎏당 22.8루피(약 374원)에서 올해 60.4루피(약 990원)로 3배 뛰었다.
델리주에서는 ㎏당 120루피(2천원)에 팔리고 있다.
양파는 한국인이 김치를 먹듯 인도인들이 주된 반찬으로 먹을 뿐 아니라 비리아니(볶음밥의 일종), 바지(야채 볶음) 등 많은 음식에 기존 재료로 사용돼 소비자나 농민 모두 가격 변동에 예민하다.
인도 정부가 9월 말을 기점으로 인도산 양파 수출을 전면 금지하자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네팔, 스리랑카 등 주변국도 아우성친다.
인도에서는 '양파 대란'이 길어지자 양파를 노린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일 서벵골주 수타하라의 채소가게에 들어온 도둑은 5만루피(82만원) 상당 양파만 훔쳐 갔다.
가게 주인은 "도둑이 든 것도 충격이었지만, 이들이 가게 안 현금보관함에는 손도 안 대고 양파만 훔쳐 간 게 더 놀랍다"고 말했다.
구자라트 수랏의 상점에서도 2만5천 루피(41만원) 상당 양파 250㎏이 도난당했다.
마하라시트라에서는 양파 40t을 트럭에 실어 우타르프라데시로 보냈는데, 수 백㎞ 떨어진 곳에서 빈 트럭이 발견됐다.
경찰은 트럭 운전사 등 운송회사 직원 세 명을 28일 체포해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트럭에 실려있던 양파 대부분을 팔아치우고, 나머지는 숨겨뒀다는 자백을 받았다"며 "양파가 워낙 비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도에서 양파 때문에 민심이 흉흉한 가운데 경제지표까지 악화했다.
인도 정부는 올해 7∼9월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5%로, 지난 2분기 5.0%에서 0.5% 포인트 하락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이는 2013년 1분기(4.3%) 이후 6년여 만에 최저치다. 인도의 분기별 GDP 성장률은 작년 2분기 8.0% 이후 3분기 7.0%, 4분기 6.6%, 올해 1분기 5.8%, 2분기 5.0% 등 계속 하락세를 걷고 있다.
인도는 올해 들어 수출이 감소하고, 기업들의 투자 억제, 소비지출 감소가 맞물려 경기 둔화가 가속됐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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