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의회와 홍콩 야권 지도자의 화상통화 놓고 갈등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그동안 신(新)밀월을 구가해오던 이탈리아와 중국이 홍콩 사태를 놓고 티격태격하며 갈등을 노출했다.
ANSA 통신에 따르면 발단은 이탈리아 상원에서 28일(현지시간) 진행된 홍콩 야권지도자 조슈아 웡(黃之鋒·22)과의 화상 콘퍼런스였다.
이 콘퍼런스는 이탈리아형제들(FdI) 등을 비롯한 일부 극우 정당들이 마련한 것으로, 의회 차원에서 홍콩 시위대의 목소리를 들어보려는 목적이었다.
이 자리에서 조슈아 웡은 "지난 5개월간 우리는 잔혹한 상황 속에 살아왔다"면서 "경찰은 시위대를 진압하고자 소형화기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국 경찰에 시위대 진압 장비 등을 제공하는 일부 이탈리아 업체들이 있다"고 언급한 뒤 "이탈리아 같은 책임 있는 나라들은 자유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줘야 하며 그런 관점에서 적절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슈아 웡은 '홍콩 사태는 중국 내부 문제'라고 발언한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의 무관심에 대한 실망을 표현하기도 했다.
아울러 "공짜 점심은 없다"며 중국의 글로벌 확장 정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에 대한 경고도 곁들였다.
중국은 이번 화상 콘퍼런스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주이탈리아 중국대사관은 다음 날인 29일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은 폭력을 정당화하면서 현실을 왜곡했으며, 홍콩 사태에 외국군의 개입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이탈리아 정치인들이 이런 인물과 화상 대화를 한 것은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난했다.
내정간섭으로도 비칠 수 있는 발언 수위였다.
이에 이탈리아 정치권도 중국 측의 외교 결례를 지적하며 상당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콘퍼런스를 기획한 조르지아 멜로니 FdI 대표는 "이탈리아 정치인들을 '무책임하다'고 비난한 중국의 오만함과 뻔뻔스러움이 놀라울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탈리아 의원들이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신성불가침의 권리를 보호하고자 상·하원 의장단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 달라고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교 정책을 총괄하는 이탈리아 외무부도 29일 성명을 내어 중국대사관 측의 발언을 과도한 내정간섭으로 규정하고 "이탈리아 의회의 자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일체 용인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3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에너지·항만·항공우주 등 분야의 민·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맺고 일대일로 참여를 공식화했다.
이는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국가 모임인 '선진 7개국'(G7) 가운데 일대일로에 동참하는 첫 사례로 큰 주목을 받았다.
한편, 중국은 미국이 홍콩 인권 및 민주주의 법안을 제정한 것에 대해 내정간섭이라고 불만을 터뜨리며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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