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작은 보건소'…주민참여형 건강공동체 모델로 '주목'

입력 2019-12-01 14:39  

부산시 '작은 보건소'…주민참여형 건강공동체 모델로 '주목'
동주민센터에 상담간호사 상주하는 마을건강센터 설치
주민·지역조직 결합, 건강문화 확산…복지부 "모범사례 건강증진사업에 반영"


(부산=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보건소는 보건소 주변 거주자만 이용하고, 이용자의 건강은 비이용자보다 좋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마을마다 작은 보건소를 만들어 전체 주민의 건강을 챙기면 되지 않겠습니까"
부산 지역 동주민센터에 설치된 작은 보건소 '마을건강센터'가 건강한 고령화 사회를 이끌 지역맞춤형 건강증진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5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2동 주민센터 1층 민원실 한편에 들어선 마을건강센터에 동네 주민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마을건강센터는 상담간호사 2명이 상주하는 작은 공간이지만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체성분, 뇌파, 스트레스, 치매 검사가 가능하다.
주민센터에서 등본을 떼거나 전입신고를 하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센터에 들러 몇 가지 검사를 받고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고혈압 환자가 병원에 가면 의사와 2분 상담에 그치지만, 센터에서는 일주일에 한 번 혈압을 측정하고 모니터링해준다. 병원 진료를 볼 때는 센터에서 제공한 수개월 치 혈압 기록을 가져가 가장 적합한 약을 처방받을 수 있다.
노인에게는 고령자에게 적합한 음식과 효과적인 운동을 제시하고 정기적인 체성분 분석을 통해 식이요법과 운동의 효과를 인지하게 해준다.
건강관리 차원을 넘어 전문적인 질병 관리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건소, 치매안심센터, 지역 의료기관 등에서 진료받도록 연결해준다.
센터 바로 옆엔 취약계층을 찾아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례관리를 하는 맞춤형복지팀이 있어 건강상담 중 파악된 다양한 복지 욕구에 대응한다.
김연숙 센터 팀장은 "본인 건강 상태를 모르고 지내시는 분이 많은데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면 미래에 수억 원을 아끼는 효과가 난다"며 "주민 접근성이 좋은 주민센터를 오가다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게 될 때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부산 마을건강센터의 특이점은 반드시 마을활동가가 배치된다는 것이다. 활동가는 걷기·갱년기·봉사·친환경·맨손체조·힐링 등 다양한 주제로 주민참여 건강동아리를 조직한다.
반송2동의 동아리 13개는 마을에 건강문화를 전파하는 조직이자 주민 간 대화, 소통, 정서적 위로의 공간이다.

보건·복지·의료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마을건강센터는 부산시가 지역 간 건강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구상한 것이다.
부산시는 2007년부터 동주민센터 안에 작은 보건소를 설치해 주민이 가까운 곳에서 건강을 살피게 하는 사업을 추진했고, 반송 지역에서 첫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현재는 전체 206개동 중 58개동에 설치가 완료됐다.
사업 효과는 컸다. 부산시 공공보건의료지원단 조사 결과, 마을건강센터가 설치된 32개동 전체 인구 53만326명 중 30%인 15만8천164명이 센터에 등록하고 만성질환을 관리받고 있다.
고혈압 조절률은 센터가 있는 지역에서 6개월 평균 15.0%로 보건소 지역 6.7%보다 2배 이상 높고, 당뇨 조절률도 센터 지역이 21.8%로 보건소 지역 9.9%보다 훨씬 높다. 부산시는 2022년까지 206개 모든 동에 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다.
2017년 공식 설립된 반송2동 센터는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반송2동은 판자촌을 철거하면서 생긴 집단이주지역이자 2천세대 규모 영구임대아파트가 들어선 곳으로 예전부터 저소득층 비중이 높았고, 건강 지표도 크게 나빴다.
하지만 집단이주지 특성상 주민의 결속력이 컸고 지역을 이끄는 풀뿌리 조직들이 존재했다. 센터를 중심으로 민간 조직과 의료기관, 복지관 등이 결합해 주요 사업을 협의하면서 상시 건강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고, 주민참여형 건강공동체 모델이 구체화됐다.
안병선 부산시 건강정책과장은 "마을건강센터는 '건강플랫폼'으로 마을 특성에 맞고 마을에 필요한 다양한 사업을 할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주민 조직을 촘촘하게 만들고 주민이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반송 모델을 주목하고 있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지역사회 건강증진정책의 모범사례로 보고 있다.
나성웅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지금까지는 지역에 큰 규모의 건강증진센터를 세워왔는데 주민 접근성에 문제가 있었다"며 "지역과 주민이 자발적으로 건강증진사업을 추진하는 반송 사례는 다른 지역에 권장할만하다"고 말했다.
나 국장은 "마을건강센터 등을 잘 분석해 내년에는 건강증진사업을 도시형·농촌형·농어촌형·복합형 등으로 세분화해 제시하고, 지역에서 다양한 모델로 사업을 신청할 수 있게 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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