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정치권, 런던브리지 테러 책임공방…총선 이슈화 논란

입력 2019-12-02 13:54   수정 2019-12-02 14:45

英정치권, 런던브리지 테러 책임공방…총선 이슈화 논란
존슨 총리 "과거 좌파 정부 책임" vs 코빈 "현 정부 감시 소홀 탓"
희생자 가족·지인 "죽음을 정치에 악용하지 말라"



(서울=연합뉴스) 정윤섭 기자 = 다음 주 총선을 앞둔 영국 정치권이 런던 브리지 테러를 정치 쟁점화하기 시작하자 학계를 비롯한 영국 사회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일(현지시간) 영국 공영방송 BBC와 일간지 가디언에 따르면 집권당인 보수당과 야당인 노동당은 런던 브리지 테러 사건을 총선 핵심 이슈로 키우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달 29일 런던 브리지 인근에서 흉기로 시민 2명을 살해한 우스만 칸(28)이 가석방 상태에서 끔찍한 테러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자 영국 정치권이 가석방 제도의 적절성을 놓고 네탓 공방에 나선 것이다.
英 런던브리지 테러 '용감한 시민' 중엔 살인 저지른 죄수도 / 연합뉴스 (Yonhapnews)
흉기 테러를 벌였다가 경찰에 사살된 칸은 지난 2010년 런던 증권거래소 폭탄 테러 기도 혐의로 체포돼 징역 16년 형을 선고받았지만, 작년 12월 전자발찌 부착 조건으로 가석방됐다.
이와 관련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BBC 프로그램에 출연해 칸의 가석방이 노동당 정부 당시 "좌파 정부에 의해 도입된 법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005년 당시 노동당 정부가 장기징역형을 받은 죄수가 형기의 절반을 복역하면 가석방위원회 심사를 받지 않아도 자동으로 석방할 수 있도록 하는 '형사사법과 이민에 관한 법률'을 도입했는데, 존슨 총리는 이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스카이 뉴스에 출연, 칸이 가석방된 이후 현재의 보호관찰 서비스가 칸을 감시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거꾸로 현 정부의 책임으로 돌렸다.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런던 브리지 테러를 총선 이슈로 끌어들이려는 존슨 총리의 시도에 대해 "혐오스럽다"고 맹비난했다.



영국 정치권이 이처럼 책임 공방을 벌이자 테러 사건과 가석방 제도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테러 사건 희생자 잭 메릿의 부친은 사건 직후 "아들의 죽음이 더 가혹한 형벌이나 불필요하게 사람을 구금하는 구실로 이용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글을 트위터에 남겼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범죄학 전공 대학원생이었던 메릿은 사건 당시 '러닝 투게더'라는 재소자 재활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었고, 칸은 이 프로그램을 듣던 중 흉기 테러를 자행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과 연관지어 러닝 투게더의 제도적 취지를 훼손해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러닝 투게더 운영에 참여했던 대학생 제이크 쏘롤드는 가디언에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들이 메릿의 죽음을 이용해 가혹한 형벌 제도를 정당화하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버밍햄 대학의 데이비드 윌슨 범죄학과 교수도 트위터를 통해 "케임브리지 대학이 운영해온 러닝 투게더는 훌륭한 프로그램"이라며 "이 프로그램의 성취가 손상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감자 출신의 칸을 제압한 용감한 시민 중에는 지난 2003년 21세 지적장애 여성을 살해한 혐의로 2004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스탠퍼드 힐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제임스 포드(42)도 있었다. 또 한때 수감 생활을 한 마크 콘웨이도 다른 사람들과 힘을 합쳐 칸의 추가 범행을 저지했다.
jamin7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