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밑천만 있으면 결혼 안 할 이유가 없다?'
헝가리에서 신혼부부에게 거액을 대출해주는 제도를 도입한 이래 결혼 건수가 기록적으로 증가해 정부가 반색하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헝가리 정부는 수년 전 여성이 41세 이하인 신혼부부에게 우리 돈으로 약 4천만원을 빌려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현지에선 일반 직장인의 2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여기에 5년 이내에 한 명의 아이를 낳는 부부에겐 대출 이자를 면제해주고, 3명의 아이를 갖게 되면 대출금을 전액 탕감해주는 혜택을 주기로 했다.
이는 장기간 정체된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인구 1천만명의 헝가리는 수년 전부터 인구가 연간 4만명씩 줄어드는 '인구 절벽'에 부딪혀 국가적인 위기감이 감돌던 상황이었다.
정책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헝가리에선 돌연 '결혼 붐'이 일었다.
헝가리 통계청은 최근 결혼 건수가 30년 전 공산주의 정권이 무너진 이래 가장 높다고 밝혔다. 올 9월만 놓고 보면 월간 기준으로 1979년 이래 40년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외국인들이 결혼식장 대여 등의 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헝가리로 몰리고 있는 것도 결혼 붐이 조성된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덩달아 결혼 산업도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다만 헝가리 정부가 도입한 정책이 '이성' 신혼부부에게만 한정돼 동성 커플들 사이에선 불공평하다는 불만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극우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2010년 집권 이래 이민자와 동성애자 등을 겨냥한 혐오 메시지를 자주 전파해온 인물이다.
최근에는 '성 소수자'(LGBTQ,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 등) 가수의 참가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유로 유럽 최대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내년도 대회를 보이콧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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