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연호 '레이와'…힐 강요에 맞선 '구투' 등 10위권에 들어
對韓 수출규제 강화로 주목 받은 '백색국가'는 심사서 탈락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올해 일본 유행어에 외국인이나 소수민족을 배척하는 분위기에 경고의 메시지를 던지는 '원팀'이 선정됐다.
일본 출판사인 자유국민사는 한 해 동안 벌어진 일을 재치있게 보여주는 표현을 선정하는 '2019 유캔 신어·유행어 대상' 수상작을 2일 발표했다.
대상은 올해 일본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에서 일본 국가대표팀이 구호로 내건 '원팀(ONE TEAM)이 선정됐다.
일본 대표팀은 올해 럭비 월드컵에서 사모아,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등 강호를 꺾고 처음으로 8강에 진출하는 등 선전해 열도를 달아오르게 했다.
세계 각국 출신이 일본 대표팀에 참여했고 한국 출신인 구지원(25·혼다)도 일본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한국 국적인 강상중 도쿄대 명예교수가 포함된 심사위원단은 "7개국 15명의 해외 출신 선수를 포함한 31명은 마이클 리치 주장을 중심으로 벚꽃 전사 원팀으로 결속해 쾌거를 이어갔다"고 밝혔다.
이어 "원팀은 세계에 퍼지고 있는 배외적인 분위기에 대한 명확한 반대 메시지인 동시에 가까운 장래에 이민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일본의 존재 방식을 시사한 것"이라며 "그것은 아베 총리에게도 확실하게 전해졌다고 믿고 싶다"고 밝혔다.
일본에서 혐한 시위 등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가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고 일본 정부가 난민에 대해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원팀을 대상으로 선정한 것은 우회적인 경고로도 풀이된다.
굽이 높은 구두를 강요하는 등 복장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현실을 지적한 구호인 '구투'(#KuToo)도 상위 10위에 들었다.
구투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에 착안해 신발을 의미하는 일본어 '구쓰'(靴)와 '투'(too)를 결합한 단어다.
고령 운전자의 조작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가 반복하는 가운데 '면허 반납'과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대금을 지불하는 '○○페이', 태풍 등에 의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교통 당국이 사전에 예고하고 열차 등의 운행을 중단하는 '계획 운휴'(計劃運休) 등도 10위권에 들었다.
올해 5월부터 사용된 일본의 새 연호인 레이와(令和), 소비세 인상과 더불어 생필품의 세율을 낮춰주는 '경감세율', 타피오카와 '먹다'를 의미하는 일본어 다베루(食べる)를 결합한 '타피루'도 주요 유행어로 선정됐다.
후보군에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주목받은 '백색국가'(수출절차 우대국)도 있었으나 심사에서 탈락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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