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영화계 인사 '전통과 교류' 열띤 논의…한국영화 '특별상영회'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한국과 러시아(옛 소련) 영화 100주년을 기념하는 양국 공동 포럼이 2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모스크바사무소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가 함께 주최하고 전러시아국립영화학교(VGIK)가 주관한 포럼이 '한국과 러시아 영화 100년을 돌아보며'를 주제로 모스크바 VGIK 캠퍼스에서 개최됐다.
포럼에는 한국 측에서 배창호 감독, 홍상우 영화 비평가, 이상용 전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 김현택 한국외대 러시아과 교수 등이 참석했고, 러시아 측에선 알렉산드르 룽긴 감독, 안톤 돌린 영화 비평가, 키릴 라즐로고프 모스크바영화제 집행위원장, 나움 클레이만 전(前) 러시아 국립영화박물관장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포럼이 열린 VGIK는 옛 소련 정부가 영화 탄생 원년으로 공식 선포한 1919년에 설립된 세계 최초의 영화 학교로 지난 100년 동안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세르게이 본다르축 등 세계적인 거장 감독들을 비롯해 수많은 영화 분야 인재들을 배출한 학교다.
한-러 양국 영화계 인사들은 이날 100주년을 맞은 두 나라 영화의 전통과 미학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 한국 영화가 어떻게 소개됐는지, 반대로 한국에서 러시아 영화가 어떻게 소개됐는지와 양국의 영화가 서로 상대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 발표하고 토론했다.
홍상우 비평가는 "러시아 영화는 무성영화 시절인 소련 시기에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을 비롯한 뛰어난 감독 겸 이론가들이 등장해 이들이 무성영화 초기에 만든 이론이나 영화적 실험 등이 러시아 영화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지금도 완성도 높은 영화들을 제작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러시아에 소개된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올해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이 대상을 수상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이전에도 임권택, 김기덕,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등의 감독들이 러시아 영화 애호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라즐로고프 위원장도 "부산영화제, 전주영화제 등에 여러 차례 참석하면서 한국 영화를 봐 왔다"면서 "이제 한국 영화는 자국을 넘어 세계적 규모의 사건이 되고 있다"고 호평했다.
한국 영화 100주년은 연극배우들의 무대 공연과 영화의 스크린 영사가 결합한 연쇄극 '의리적 구토'가 1919년 10월 27일 한국 최초 상설영화관인 단성사에서 처음 상영된 것을 기점으로 삼은 것이다.
러시아 영화 100주년은 옛 소련을 탄생시킨 사회주의 혁명(1917년) 뒤인 1919년 8월 27일 소련 정부가 영화산업 국유화에 관한 포고령을 발표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러시아는 지금도 매년 8월 27일을 '영화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한편 주러시아 한국문화원은 한국 영화 100주년을 기념해 모스크바 돔키노('영화의 집') 극장에서 2일부터 6일까지 한국 영화 '특별상영회'를 개최한다.
'엑시트'(2019), '시'(2010), '왕의 남자'(2005), '올드보이'(2003), 서편제(1993) 등 다섯편의 영화가 러시아 관객들을 찾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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