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난민 수백명 보스니아 쓰레기터 천막촌서 '오들오들'

입력 2019-12-03 10:01   수정 2019-12-03 10:36

유럽행 난민 수백명 보스니아 쓰레기터 천막촌서 '오들오들'
북서부 '부챠크 캠프'서 발 묶여 혹독한 겨울…"계속 머무르면 건강 위험"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발칸반도를 거쳐 서유럽으로 가려는 이주민 수백명이 보스니아의 옛 쓰레기 매립지에 형성된 열악한 천막촌에서 추위에 떨고 있다.
2일(현지시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북서부 국경 지역 비하치에 있는 부챠크 캠프의 천막 여기저기서 콜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추위와 습기를 버티려면 천막 안에서 불을 피울 수밖에 없어 공기가 탁해진 탓이다.
영하의 기온 속에 수시로 내린 눈으로 천막이 무너질 듯 휘고, 캠프 곳곳은 진창으로 변했다.
부차크 캠프는 생활시설을 갖춘 난민 캠프가 아니라 보스니아 북서부 국경으로 몰려든 이주민들이 머무르는 임시 천막촌이다.
부챠크 캠프 터는 원래 쓰레기 매립지였으며, 주변에는 보스니아 내전 때 형성된 지뢰 매설지가 있다.
이른바 '발칸 루트'를 통해 유럽연합(EU) 회원국 크로아티아로 가려는 이주민 수백명이 부차크 캠프에서 발이 묶여 혹독한 겨울을 맞았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그리스, 북(北)마케도니아, 불가리아 세르비아-몬테네그로 등을 거쳐 크로아티아 국경 앞에 도착했다.
비하치 일대의 정식 난민 시설은 모두 가득 차 더는 수용할 수 없는 상태다.
파키스탄 출신의 21세 청년 티샴 하디는 "이곳은 상태가 좋지 않다. 잘 곳도 없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구호활동가들은 이주민들이 부챠크 캠프에 계속 머무른다면 건강이 위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스니아 당국은 겨울이 오기 전에 정식 수용시설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현재까지 작업을 마치지 못했다.
드라간 멕티치 보스니아 치안장관은 사라예보 인근의 새 수용시설이 가동되려면 적어도 20일이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그리스 레스보스섬에 체류하는 난민 신청자 33명을 로마로 데려오려고 바티칸 자선소장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을 파견했다.
교황은 "가서 그리스인, 난민과 연대를 새롭게 다지라"고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에게 당부했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교황청은 이달 안에 추가로 10명을 더 로마로 데려갈 계획이다.
레스보스섬을 비롯한 그리스 섬 곳곳에 있는 수용시설은 '에게해 루트'로 그리스에 상륙한 이주민이 과밀 상태로 지내고 있으며, 아동 착취 등 인권문제마저 제기되는 실정이다.
tr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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