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단 건설한 1단계 상업 운행 돌입…2단계 참여 전망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자카르타가 원래 '교통지옥'인데, 정시에 도착하고 시원하게 이동할 수 있으니 진짜 좋네요."
2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 북부 외곽을 달리는 경전철(LRT)에서 만난 시민들은 '경전철 운행에 만족하느냐'는 연합뉴스 특파원의 질문에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기술로 건설한 자카르타 경전철 1단계 구간이 무료 시험 운행을 마치고 이달 1일부터 상업 운행을 시작했다. 요금은 구간에 상관없이 편도 5천 루피아(420원)이다.
북자카르타의 끌라빠가딩에서 동자카르타의 벨로드롬 경기장까지 5.8㎞ 구간, 6개 역을 운행하는 경전철은 도심 한복판에 건설한 고가 철로를 따라서 오전 5시 30분부터 오후 11시까지 10분 간격으로 하루 204차례 달린다.
경전철에는 한 번에 최대 270명이 탈 수 있고, 음식물이나 애완동물 반입은 금지돼 있다.
경전철 운영사인 'LRT-자카르타 공사' 멜리사 수티아티 홍보 담당자는 "1단계 사업에 이어 2단계, 3단계 사업이 계속되면 자카르타 북부 지역을 타원형(116㎞)으로 연결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6월11일부터 11월 30일까지 113만명이 경전철을 무료로 이용하는 등 시범 운행을 성공리에 마치고 이달부터 상업 운행에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작년 8월 치러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급히 경전철 건설 계획을 추진했으나, 공사 기간이 길어져 실제로 아시안게임에 개통하지는 못했다.
서울 북부 외곽의 의정부 경전철처럼 자카르타 북부 외곽에서 출발하는 경전철은 출퇴근 시간은 북적이고, 낮 시간대는 다소 한산한 편이었다.
직접 경전철을 타보니 지하가 아닌 고가를 달려서 시야가 확 트여있고, 별다른 소음이나 흔들림을 느끼지 못했다. 열차 안에는 제복을 입은 여성이 승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백화점에 나가는 길이라는 마리아(50)씨는 "무료 시승을 한다길래 9월에 처음 경전철을 타보고 편리해서 지금까지 10번 넘게 탔다"며 "승차감도 좋고, 무엇보다 열차 내부가 시원해서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객 아리프(28)씨는 "여섯 정거장을 가는데 경전철을 타면 15분이 안 걸리지만, 오토바이나 차를 타면 길이 막혀서 30분은 걸린다"며 "차를 잡고, 타느라 땀 흘릴 필요 없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어서 만족한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5천 루피아 정도는 요금으로 지불할만하다고 답했다.
인도네시아는 경전철 1단계 사업을 자카르타시 자체 재정사업으로 총 4천500억원을 들여 완료했다.
철도공단 컨소시엄은 2016년 12월 중국, 캐나다 업체 등을 제치고 1단계 철도 시스템 사업을 1천400억원에 수주했다.
토목공사는 현지 업체들이 했지만, 철도공단은 한국 중소기업과 손잡고 우리 기술로 자카르타 경전철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령, 삼진일렉스는 변전·전력, 대아티아이는 신호·관제, 우진산전은 기지 검수 설비, LG CNS는 스크린도어 공사를 담당했다.
열차는 김포 경전철을 운행하는 것과 똑같은 현대로템 차량으로, 에어컨 용량을 늘리고 차량 앞뒤로 운전석을 설치했을 뿐 나머지 사양은 같다.
한국의 경전철은 무인 운행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철도 운전사가 직접 운전한다.
무인운행 시스템을 갖추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고, 인도네시아는 인건비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은 두 량씩 이어진 열차 8대를 382억원에 공급했다.
철도공단 컨소시엄은 조만간 자카르타 경전철 2단계 공사에도 참여할 전망이다.
2단계 공사(6 개역)는 기존 1단계 완료 구간의 북쪽과 연결되는 2-A 7.5㎞ 구간, 남쪽과 연결되는 2-B 5.9㎞ 구간으로 나뉜다.
하태길 철도공단 인도네시아 지사장은 "공단이 처음으로 인도네시아 사업을 수주해 여러 한국 중소기업이 함께 진출할 수 있었다"며 "초반에는 문화도 다르고 많은 고생을 했지만, 1단계를 성공적으로 개통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동남아 최대 도시인 자카르타 인구는 약 1천만명이지만 대중교통이 열악한 탓에 오토바이가 주된 교통수단으로 이용된다.
수도권에서 출퇴근하는 인구도 140만명이 넘어 시내 주행속도가 평균 시속 10㎞를 넘기 힘들 정도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올해 3월 자카르타 도심과 남부를 잇는 15.7㎞ 길이의 지하철(MRT)을 먼저 개통했으며, 지하철은 일본 차관과 기술로 만들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